발자국 흔적이 20년 미제사건 해결하나
<2004년 영월 영농조합 간사 피살사건>
검찰, 유력 피의자 구속 기소 … “족적 99.9% 일치”
알리바이로 용의선상 벗어났던 피고인 ‘결백’ 주장
20년 동안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영월 영농조합 간사 살인사건’이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발자국 흔적(족적)으로 피의자를 확정해 구속 기소했다. 당시 알리바이로 용의선상에서 벗어났던 피의자가 여전히 결백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
18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춘천지방검찰청 영월지청은 전날 ‘영월 영농조합 간사 살인사건’ 50대 피고인 A씨(사건 당시 30대)를 살인죄로 구속기소 했다.
영월 영농조합 간사 살인사건은 지난 2004년 8월 벌어졌다. 강원 영월군 소재 영농조합 사무실에서 시신이 발견된 것이다. 당시 시신에는 둔기로 수회 맞은 흔적, 불상의 예기(날카로운 물체)로 목 12회와 복부가 2회 찔린 흔적 등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영월경찰서는 수사에 착수했지만, 증거부족으로 수사가 중단됐고 장기 미제 사건으로 분류돼 왔다.
당시 유력한 용의자로 A씨가 지목됐지만, A씨는 조사 당시 사건발생일 가족과 영월군 소재 계곡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며 사진을 제시했다. 알리바이가 증명되며 A씨가 용의선상에서 빠진 것이다.
이후 2014년 3월 강원경찰청은 장기미제수사팀에서 해당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했다. 약 6년의 수사를 걸친 끝에 강원경찰청은 A씨를 불구속 송치했다. 당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사건 현장의 족적과 유력 용의자였던 A씨의 족적이 99.9% 일치한다는 의견을 전달받았고, 같은 해 11월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 수사 결과 A씨는 교제하던 여성이 B씨와 사귀게 되자 B씨에 대한 각종 정보를 수집해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치 이후 보완수사에 나선 검찰은 A씨의 알리바이가 거짓이었다고 결론냈다.
검찰에 따르면 결정적인 건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족적(발자국 흔적)이었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A씨의 샌들 족흔 재감정 등 과학수사를 벌였고, A씨는 이에 덜미가 잡혔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족적 등 현장증거가 발견된 동종 살인사건에 대한 판례를 분석하고, 족적의 동일성 수준에 대한 확률적 비교 관련 논문을 검토하는 등 다각도로 들여다봤다.
또 A씨가 범행 당시 있었다고 주장한 계곡에서 A씨를 목격한 이들을 찾아내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이 모든 걸 종합했을 때 A씨가 범행 당시 계곡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잠시 술을 사러가겠다’며 계곡을 빠져나온 뒤 차량을 운전해 30여분 거리에 있는 피해자의 사무실로 가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봤다.
그러나 A씨는 지난달 2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앞서 취재진을 향해 “이 자리까지 오게 된 이유를 모르겠다”며 “아주 긴 시간 동안 정신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또 “족적에 대한 감정 결과도 믿을 수 없고 피해자와는 일면식도 없다”고 거듭 밝혔다.
결국 검경의 끈질긴 수사 결과를 통해 A씨가 법정에 선 가운데 B씨의 억울한 죽음과 A씨의 결백 사이에 그날의 진실을 둘러싼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살인죄를 저지른 범인은 반드시 처벌을 받는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잡도록 엄정 대응함과 아울러 피해자 유족의 재판 절차 참여와 양형진술 지원 등 피해자 지원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