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마약의 실체를 보여준 오재원 사건
전 국가대표 출신 오재원 선수 사건은 마약이 한 사람의 인생은 물론 주변에 어떤 피해를 주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오재원의 범행은 여느 유명인의 마약사건과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그동안 경찰이 수사한 내용을 종합하면 오재원은 마약류로 취급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인 스틸녹스와 자낙스 등에 빠져 살다시피 했다. 수면제로 알려진 이러한 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통제한다. 허가받은 의사의 처방이나 치료 목적의 투약 등만 가능하다. 1인당 처방받을 수 있는 횟수와 양이 정해져 있어 조금이라도 이상징후가 보이면 식약처에 통보된다.
오재원은 이를 비웃듯 주변인들을 동원했다. 식약처의 감시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속한 구단의 전현직 선수들에게 약심부름을 시켰다. 향정신성의약품에 의존하지 않는 선수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약을 처방받아 건네받았다. 심지어 본인이 운영하는 야구교실의 수강생 학부모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오재원 사건 관련자는 20명이 넘는다.
“내가 아파서 그러는데 도와달라”고 요구했을까. 납득하기 어렵다. 대리처방에 동원된 이들의 면면을 보면 오재원이 자신의 우월적 위치를 이용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오재원은 국가대표를 지냈고 소속 구단에선 주장까지 했다. 오재원에게 대리처방 받아 건넨 이중에는 2군선수들이 다수 있었다.
팀 운영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가 신분이 불안정한 2군선수를 동원했다는 점은 그 사실 자체로 충격적이다. 기업으로 보면 인사담당 임원이 정규직은 물론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약심부름을 요구한 것과 같다. 파렴치한 범죄다. 수사과정에서 오재원의 강압이 있었다는 진술도 다수 있었다. 사실상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범죄이자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약심부름에 동원됐는데 구단이 몰랐을까 의심이 들기도 한다.
법정에서 많은 마약사범들이 호기심에, 살을 빼기 위해 등 무의식에 마약에 손을 댔다고 선처를 호소한다. 하지만 각종 중독은 추가 범죄로 이어진다. 마약을 사기 위해, 도박을 하기 위해 돈을 마련하려 범죄를 저지른다.
다이어트약이나 수면제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에 의존하면 어느새 대마초나 필로폰 등 마약으로 넘어간다. 수면제 오남용이 무서운 것은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마약은 실수로, 또는 타의로 한번은 할 수 있지만 두번째부터는 중독이라고 한다. 그만큼 강력하고 헤어나오기 힘들다.
중독자에게 적절한 처벌과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사회로 돌아와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할 기회를 줘야 한다. 그렇지만 자신의 불법행위를 숨기기 위해 주변인을 억지로 동원한 점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