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27개 정책 예산집행 허점
국회 예산정책처, 개선 요구 … 입찰부실로 어업지도선 건조 못해
지난해 해양수산부의 정책집행 과정에서 입찰관리 잘못 등으로 사업이 중단되는 등 27개 예산집행에 하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18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3회계연도 결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예정처는 해수부가 △어업지도선 건조 중단으로 인한 국고손실 및 임무수행 공백 발생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사업 지연 △어촌뉴딜300사업 공정관리 부실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 지연 등의 사업 과정을 점검해 개선책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권고했다. 내일신문은 국회 예정처 결산 분석자료를 바탕으로 관련 기사를 3차례 게재한다.
국회 예정처 보고서에 따르면 해수부는 어업지도선 건조사업, 중국어선의 한국 영해 침범과 불법조업에 대응한 원거리해역 대응 등을 입찰관리 부실, 민간어업인과 소통 부실 등으로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허위 입찰서류 제출한 업체 선정 =
어업지도관리 사업은 수산자원보호 등을 위해 △국내·외 불법어업 어선 지도·단속 업무를 수행하고 △이에 필요한 국가어업지도선 대체·신규 건조 △한·중 공동단속시스템 및 스마트 불법어업 통합관리시스템 등을 운영하는 것이다.
해수부는 관할 해역 52만7000㎢(국토면적 5.9배)에서 동·서·남해어업관리단을 통해 국가어업지도선 40척을 보유·운영하고 있다.
이 중 11척을 2020년부터 올해까지 신조(3척) 또는 대체 건조(8척)하고 있다.
2020년부터 친환경 관공선 도입이 의무화되면서 국가어업지도선을 하이브리드(전기-배터리)·액화천연가스(LNG) 등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하고 있다.
선령이 27년 이상 노후되고 용도에 적합하지 않은 기존 어업지도선을 전기복합추진 하이브리드 어업지도선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어업지도선 건조사업의 2023년 예산 집행현황을 보면 해수부는 전년도 이월액 257억2800만원을 포함한 예산현액 1521억원 중 1003억8300만원을 집행하고 426억4300만원을 다음연도로 이월, 90억7400만원은 불용(사용하지 못함)했다.
국가어업지도선 900톤급(5척)·1900톤급(3척)·3000톤급(3척) 건조 공정이 지연되면서 이월됐고, 900톤급 3척 건조사업과 관련한 소송이 제기돼 2022년 10월부터 건조공정이 중지되면서 불용액이 발생했다.
해수부는 900톤급 어업지도선 3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2021년 10월 체결했지만 낙찰업체가 허위 입찰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 2022년 10월 법원이 공사중지를 명령해 아직 공사가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예정처는 이로 인해 취항시기 지연과 국고손실(121억~321억원)을 초래했다며 해수부가 이에 대해 국회에 충실히 보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건조사와 계약해 잔여공정을 마무리하면 121억원, 건조한 후 방치해 둔 선박을 폐품처리하고 처음부터 다시 건조하면 321억원 매몰비용이 발생한다. 예정처는 입찰관리 부실로 국가재정이 낭비되고 어업지도선 임무수행에 공백을 초래했다며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해양패권 경쟁에 허점 노출 = 중국의 해양침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허점도 나타났다.
2021년 2월 중국의 ‘해경법’이 발효되면서 남중국해와 우리 수역에서 해양패권 경쟁이 확대되고 중국의 ‘회색지대전략’으로 한반도 주변수역에서 한·중 어업인 갈등이 양국의 해양관할 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어업지도선을 이용한 비무력적 대응 정책이 필요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해수부는 대형 국가어업지도선(3000톤급) 세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예산·기간이 필요해 우선 민간어선을 활용해 최외곽 조업유지수역에서 우리 어선의 안전조업을 지원하고 중국어선 활동을 감시하기로 했다.
원거리해역대응 시범사업은 매년 14억원을 투입해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추진할 계획이었고 2022년에는 2866톤급 원양어선(당시 선령 49년)이 이 임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이 사업을 실시하지 못해 예산 14억원이 전액 불용됐다.
1년 전 활동했던 어선은 지난해 조업계획이 있어 참여하지 못했고, 대체선박은 확보하지 못했다. 해수부는 이 과정에서 민간어선의 조업계획을 파악하지 못해 사전 준비가 부실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