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자체도 행정구역통합론 ‘솔솔’

2024-07-19 13:00:15 게재

목포·신안, 전주·완주 등

시·군 간 통합 찬반 갈등

주민 요구·필요·동의 관건

최근 대구·경북과 충청권 등 광역지자체 행정구역통합 논의가 불붙은 데 이어 기초지자체 간 행정구역통합 논의도 확산되고 있다. 전남 목포시와 신안군,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에선 단체장 또는 주민단체 주도로 행정통합 논의가 점화됐고 경남에선 진주·사천 통합논의가, 경기도에선 성남·광주 통합논의가 시의회, 주민단체에서 제기되고 있다.

박홍률 목포시장이 지난 11일 목포․신안 통합과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목포시 제공

19일 해당 지자체 등에 따르면 전남에선 목포시와 신안군 통합이 논의되고 있다. 목포시는 지난 15일 통합시 명칭을 ‘신안시’로 하고 통합청사도 신안군청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통합에 적극적이다. 목포시와 신안군이 최근 발주한 ‘목포·신안 통합 효과분석 연구용역’에 따르면 경제적 파급효과는 1조9000억원으로 예상된다. 관광객도 오는 2027년 22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목포시는 이를 감안해 오는 2026년 7월 민선 9기 통합시 출범을 목표로 추진위원회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 반면 신안군은 통합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이다. 무엇보다 목포시로의 흡수 통합을 우려해서다. 실제 신안군 주민들은 지난해 10월 실시된 ‘목포·신안 통합 지역민 여론조사’에서도 62.8%가 반대했다.

전북 완주군에선 통합 찬성·반대 건의서가 동시에 제출된 상태다. 완주군은 찬·반 의견을 검토한 후 △일방적인 행정통합으로 주민 갈등 우려 △의회 및 각 사회단체의 지역여론 △익산권을 포함한 광역권 대안 제시 등 통합반대 의견을 전북자치도에 제출했다. 시 승격을 목표로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입장이다. 완주군의회도 행정통합에 반대입장을 내놨다.

반면 전주시와 전북특별자치도는 통합에 적극적이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지난 3일 “전주·완주 통합은 선택이 아닌 생존”이라며 “완주군의 발전을 이끌고 100만 광역도시의 기반도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민선 8기 공약사업으로 전주·완주 상생사업을 추진한 후 통합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주민 건의서가 제출됨에 따라 오는 22일 전주·완주 통합에 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정부에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경남에선 조규일 진주시장이 지난 5월 동일 생활권역이자 우주항공청이 들어서는 사천시에 ‘행정통합’을 공식 제안한 바 있다. 최근엔 진주지역 경제 문화 체육 학계 등 단체들이 사천·진주 행정통합을 논의하기 위한 ‘진주시민통합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경기도에선 성남·광주시 통합론이 다시 나왔다. 이덕수 성남시의회 의장이 지난 1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정체된 지역의 재도약을 위해 성남·광주 통합시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다.

하지만 이들 지역, 특히 규모가 다른 ‘시·군’ 행정통합은 이미 수차례 시도됐으나 대부분 실패했다. 목포·신안 통합은 1994년 이후 6차례나 논의됐으나 모두 무산됐다. 전주·완주 통합 역시 지난 1997년부터 제기됐으나 2009년, 2013년 완주군의회 반대와 주민투표 부결 등으로 무산됐다. 경기 성남·광주·하남 통합도 15년 전 시도됐으나 무산된 바 있다.

실제 1995년 지방자치 부활 이후 기초지자체 간 통합이 성공한 곳은 1998년 전남 여수시(여수시·여천시·여천군), 2010년 경북 창원시(창원시·마산시·진해시), 2014년 충북 청주시(청주시·청원군) 3곳뿐이다. 지방자치가 정착되면서 지자체 간 의견 조율은 물론 주민들의 반대여론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통합논의가 정치권이나 단체장이 주도하는 하향식이 아닌 주민들이 필요성을 느끼고 주도하는 상향식으로, 가급적 통합여부는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과거 사례를 봐도 일방통행식 행정구역 통합은 성공하기 어렵고 설사 성공해도 후유증이 크기 때문이다. 지방의회 의결로 성사된 통합 창원시가 지금도 지역 마찰을 빚는 반면 주민투표로 통합된 청주·청원시는 별다른 마찰이 없다는 점을 사례로 든다. 김찬동 충남대 교수는 “시와 군의 통합은 주민의 필요와 이해, 그리고 동의를 얻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주권재민’을 실현하는 미래지향적인 자치를 위해서는 시·군 통합보다 읍·면자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태영·방국진·이명환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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