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특검법·방송법 돌파구, ‘새 여당 대표’에 달렸다?
국회의장·민주당 돌파구 판단 시점 ‘23일 이후’로
재의결·이사선임 중단, 여당 손에 달렸다고 판단
더불어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과 방송법의 돌파구가 국회의힘 새 지도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전당대회 이후 여당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가면서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추가되거나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해 방송통신위의 방문진 이사선임 중단 등을 요구하며 우원식 국회의장의 ‘냉각기’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 시점과 방송법 본회의 상정 시기를 ‘23일 이후’로 넘겨놓은 상황이다.
19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18일 본회의가 무산됐고 25일 본회의를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이 본회의에 채 상병 특검법을 올리려고 한다”면서 “여당 전당대회 이후 재편과정에서 이탈표들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전당대회 직후에 곧바로 처리하기 어렵다면 8월 1일로 처리 기한을 미룰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채 상병 사망수사 외압 사건을 맡을 특검을 제3자가 추천하는 방식에 다소 부정적이지만 내부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범죄의 윤곽이 나왔기 때문에 특검에 누가 오더라도 이를 덮고 가기는 어려워 대한변호사협회나 대법원장에게 특검 추천권을 주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정성호 의원 등이 이미 ‘제3자 추천’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민주당은 8개의 국민의힘 이탈표가 필요한 만큼 안철수 의원 외엔 뚜렷한 이탈표가 확인되지 않아 특검법 수정을 염두에 두면서 국민의힘 내부의 지형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모 의원은 “국민의힘의 분열을 잘 지켜보면서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전당대회 이후 국민의힘 지도부가 새로 꾸려질 경우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제3자 추천’을 언급한 한동훈계에서는 특검 찬성 쪽으로 표심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심리적 분당’ 수준까지 내부 분열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방송법을 놓고 민주당의 독주가 예상되는 가운데 우 의장이 중재한 ‘사회적 대타협’ 제안 수용의 시한을 여당 당대회 이후로 잡은 것도 주목된다. 민주당은 여당의 태도 변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다. 우 의장은 민주당에 △방송4법에 대한 입법 강행 중단 △여당과 원점에서 법안 재검토 △방통위원장 탄핵 소추 논의 중단을 요구하면서 정부와 여당에는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일정 중단과 함께 △방통위의 파행적 운영 중단을 촉구했다. 순서는 민주당 등 야당을 먼저 앞세웠지만 열쇠는 정부와 여당에 달렸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여야에게 한발씩 물러날 것과 범국민협의체 구성을 제안하신 것에 대해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위법적인 2인 구성도 모자라 1인 구성에서조차 밀어붙이고 있는 방통위의 일방통행식 방송장악 시도가 먼저 중단되어야 한다”고 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앞장서 민주당이 한 발 물러날 것을 설득할 수도 있다”며 “방송장악을 위한 움직임이 멈춘다면, 야당은 얼마든지 의장님이 제안한 범국민협의체 구성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회 관계자도 “의장이 최소 1주일 이상을 지켜보겠다고 한 것은 열쇠를 여당인 국민의힘이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민의힘 현 지도부가 의장이 요구한 내용을 결정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므로 차기 지도부가 결정되는 23일 전당대회를 마무리한 이후에야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지도부가 민주당의 독주체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우 의장의 ‘사회적 대타협’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앞을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꽉 막혀 있는 정국이 국민의힘의 새 지도부 등장으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