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열 회장 ‘회계업계 갈등 풀자’ 첫 행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한국공인회계사회>
상생협력위원회 구성해 직접 위원장 맡아 주도
빅4와 중견·중소회계법인·감사반 대표 등 참여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회계업계 내부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상생협력위원회를 구성하고 직접 위원장을 맡는 등 취임 한달 만에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최 회장은 지난달 19일 제 47대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에 취임한 후 업계 현안 파악을 위한 준비 시간을 가졌다.
19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최근 대형회계법인(빅4)과 등록회계법인협의회(중견·중소회계법인 포함), 중소회계법인협의회, 감사반연합회 대표 등이 포함된 상생협력위원회를 구성했다. 전임 김영식 회장 당시에도 같은 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김 전 회장이 직접 회장을 맡지 않은 것과 달리 이번에는 최 회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그동안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빅4 중심으로 운영돼왔다는 불만이 중견·중소회계법인들 사이에서 커졌고 상생협력위원회 활동도 유명무실했다는 지적이 많다. 최 회장은 선거에 출마하면서 ‘회계제도 개혁 완성’에 이어 ‘상생하는 생태계 구축’을 두 번째 공약으로 내세웠다. 청년과 여성, 대형·중견·중소·감사반 등 상생을 위한 이해관계조정 및 부당경쟁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회계업계의 주요 이슈 중 하나는 감사시장에서 빅4 중심의 쏠림 현상 강화다. 지난 2022년 금융당국이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의 경우 대형회계법인에게만 지정감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던 규정을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으로 확대하면서 중견회계법인들의 반발이 커졌다.
자산 2조원 이상 기업들에 대한 감사가 가능했던 중견회계법인들이 시장에서 배제되면서 빅4의 기업 감사시장 독과점 문제가 불거졌고, 하향 재지정을 제한한 것도 회계법인간 갈등을 부추겼다. 기업과 회계법인(감사인)은 규모에 따라 ‘가~라’군으로 분류되는데, 하향 재지정은 상위그룹의 감사인을 지정받은 기업이 그보다 낮은 그룹에 속한 감사인(일정 규모 이상으로 제한)으로 금융당국에 다시 지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중소회계법인들도 금융당국의 품질관리수준 평가와 감사인 지정 방식 등이 빅4에 유리하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부터 ‘회계품질 종합 개선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하반기에 결론을 낼 계획이다. 최 회장이 의지를 갖고 상생협력위원회를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경우 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이 금융당국의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2022년과 2023년 금융당국이 발표한 회계제도 보완방안이 빅4 중심의 제도 개편이었고 공인회계사회가 사실상 이를 용인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상생협력위원회가 관련 제도에 대한 조율을 마치면 금융당국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수용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공인회계사회는 최 회장 지시에 따라 내부적으로 회계기본법 제정을 위해 해외 사례 연구 등 기초 조사를 진행하는 등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공약으로 회계기본법 제정 추진을 강조했다. 회계기본법은 각 법률과 기관에 흩어져 있는 감사 관련 법조항을 통합하는 것으로 제정될 경우 국가 전반적으로 회계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최 회장은 취임 후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을 방문하며 기업 감사와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 재계에서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폐지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회계업계는 회계개혁의 대표적인 상징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폐지되면 회계개혁이 크게 후퇴할 것이라며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다. 최 회장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포함된 신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과 관련한 제도의 유지·정착·개선을 첫 번째 공약으로 강조했다. 최 회장은 회계법인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감리 방식에 대한 문제점 등도 이복현 금감원장을 비롯해 새로운 금융위원장이 임명되면 만남을 통해 업계의 입장을 피력할 예정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