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독도재단 공동기획 | 글로벌 평화 리포터단 독도탐방]
세계 청년들 ‘독도’ 품고 ‘평화’ 외치다
23개국 유학생 28명 참여
독도탐방후 자국 언론 기고
행사 중 5개국 매체에 실려
늘 그렇듯 울릉도를 거쳐 독도로 가는 바닷길은 간단치 않았다. 하늘의 날씨가 도와줘야 하고, 바다의 마음도 얻어야 한다. 전국이 장마권에 접어든 계절요인까지 계산에 넣으면 더욱 그렇다. 7월 16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2024 외국인 유학생 평화 리포터 독도탐방’ 이야기다.
경북도가 주최하고 독도재단이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23개국 28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참가했다. 평화 리포터 활동은 단순한 탐방이 아니다. 독도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고 이 경험과 느낌을 자국의 언론매체에 기고를 한다.
한국어로 대화와 토론이 가능해야 함은 물론이고 글쓰기 능력까지 겸비해야 한다. 대부분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 이상이며, 5급 이상인 경우 우대를 받는다.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참가자 상당수가 정부초청 국비장학생(GKS 장학생)이며,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유학생들이 대거 참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철저한 사전준비와 짜임새 있는 지원
참가자를 선발했다고 무작정 탐방에 나서는 것이 아니다. 사전 워크숍을 통해 행사의 취지는 물론이고, 독도 역사와 정세강연, 그리고 기고문을 쓰는 방법까지 학습한다. 올해 워크숍은 지난 7월 2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온라인(ZOOM)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김영수 영남대 교수의 ‘2차 세계대전이 남긴 상처와 갈등 해소를 위한 글로벌 독도 리포터의 역할’이라는 특강, 남봉우 내일신문 주필의 ‘기고문 작성법’ 특강 그리고 해외매체 기고 사례를 안내받았다. 최종 기고문을 작성할 때는 내일신문 기자 멘토의 실무적 도움까지 받는다. 올해도 기고문 초안에 대한 사전 피드백은 물론이고, 탐방 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며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조언했다.
이처럼 철저한 사전준비와 실무적인 도움까지 짜임새 있게 제공하면서 각국의 호응과 성과도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채택된 기고문 숫자만 봐도 2020년 3개국 5개 매체, 2021년 8개국 8개 매체, 2022년 10개국 17개 매체, 2023년 10개국 29개 매체에 기고문이 게재됐다. 올해 행사 기간 중에도 벌써 5명의 유학생 기고문이 현지 매체에 게재됐다는 낭보를 들었다.
독도와 동해를 바로 알다
탐방 일정은 16일 이른 새벽 시작됐다. 서울에서 4시간 가량 버스를 타고 이동해 포항 후포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울릉도행 크루즈선을 타고 다시 4시간 가량을 이동했다. 버스와 배를 번갈아 타는 장거리 이동과 뱃멀미로 조금씩 지쳐갈 즈음 서서히 울릉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울릉도는 마치 탐방대원들을 환영이라도 하듯 맑은 하늘과 흰구름이 길게 섬 허리에 걸린 아름답고 신비한 자태를 보여줬다.
첫날 주요 일정은 독도박물관과 전망대를 둘러보는 것. 국내 유일의 영토박물관인 독도박물관에서 탐방대원들은 독도의 역사를 비롯해 동해와 독도에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접했다. 박물관 견학을 마치고 바로 근처에 있는 케이블카를 타고 독도전망대로 이동했다. 독도가 보이는 전망대지만 날씨가 다시 흐려지면서 독도와의 첫 눈맞춤을 하지 못했다.
전망대를 내려온 유학생들은 스노쿨링 장비를 빌려 해양레포츠를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맑고 투명한 울릉도 바닷속 풍경은 장시간 여행의 피로를 씻어주기에 그만이었다. 울릉도 향토 음식으로 저녁 식사를 마친 탐방대원들은 숙소로 돌아가 기고문을 손질한 뒤 여독을 풀었다.
입도는 못했지만 진심을 봤다
둘째 날인 17일은 드디어 독도로 향하는 날. 아침 식사를 마친 대원들은 서둘러 항구로 이동했다. 이미 항구에는 독도를 방문하려는 많은 한국인들로 분주했다. 단체복을 맞춰 입은 사람들, 손에 태극기를 들고 머리에도 태극기 장식을 한 사람들 속에서 유학생들은 독도에 대한 한국인들의 마음을 어렴풋이 느꼈다. 멀미약을 챙겨 먹고 두 시간 가량 배를 타고 이동하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독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화장품이나 광고에서나 보던 독도를 만날 수 있다는 설렘이 가득했다.
하지만 독도의 날씨와 파도는 접안과 입도를 허락하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아쉬운 탄성이 쏟아졌다. 일부 관광객들은 “이 정도면 입도할 수 있지 않냐”며 항의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러나 안전과 원칙은 타협의 대상이 아닌 것. 선상관람으로 대체됐다. 독도 가까이 멈춰 선 배 위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아쉬움을 대신했다.
연세대 국제무역금융경영학과 석사과정에 있는 아제르바이잔 출신 알리례바 아시아는 “ 독도로 향하는 배 위에서 한국 사람들이 울거나 울컥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면서 “아제르바이잔 역시 영토문제로 전쟁까지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친 적이 있는데 한국과 일본은 독도 문제를 전쟁이나 충돌이 아니라 평화롭게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경희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하고 있는 미얀마 출신 윈터텟한은 “탐방을 통해 역사적으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고, 독도가 왜 한국 땅이라고 하는지 그리고 이 문제가 왜 중요한지 이해하게 됐다”면서 “날씨 때문에 독도 땅을 밟지 못하고 배에서만 바라보게 된 것이 무척 아쉬웠다”고 말했다.
다시 숙소로 돌아온 유학생들은 강당에 조별로 모여 기고문을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완성된 기고문은 현장에 있던 멘토 기자들의 조언을 거쳐 최종 마감을 한 뒤 본국 언론매체에 투고하는 과정까지 진행했다. 일부 학생은 투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게재되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오는 8월 전북대 무역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할 예정인 우크라이나 출신 마르가리타는 “작년에 내일신문의 다른 유학생 프로그램(DMZ 평화선언)에 참여한 적 있었는데 올해 독도 탐방에 또 참여하게 돼 무척 기뻤다”면서 “나는 대양에 나가본 적이 없어서 독도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깨끗한 공기와 물 그리고 바다까지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 조국 우크라이나는 아직도 전쟁 상황이 끝이 안보여 마음이 무겁고 좋지 않다”면서 “그래서 더더욱 평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은 대화와 소통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나갈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기고문 투고를 마친 유학생들은 울릉도 특산품인 호박이 들어간 피자와 약간의 맥주를 마시며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날인 18일에는 해단식을 하면서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느낀 소감도 듣고 최우수 기고문 작성자와 가장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해 준 MVP에 대한 시상도 진행했다.
한 참가자는 ‘독도를 보아야 대한민국을 본 것’ 이라는 글귀를 인용하면서 독도를 통해 대한민국의 진면목을 보게 됐다고 전했다. 또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독도가 분쟁의 섬이 아닌 평화의 섬으로 기억되고 보존되길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갈 때처럼 돌아오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높은 파도와 나빠진 날씨 탓에 배편을 바꿨고, 4시간이 넘는 울렁거림을 다시 견뎌야 했다. 그렇게 지친 몸으로 다시 후포항 근처로 왔을 무렵 객실에 있던 많은 승객들이 일제히 배 밖으로 나갔다. 너무나 아름다운 노을과 저녁 하늘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고 사진 촬영이 이어졌다. 마치 독도에 입도하지 못한 것을 위로하는 선물 같았다. 이렇게 올해도 각자의 마음 속에 독도를 품은 유학생 친구 서른 명 가까이가 새롭게 탄생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