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살롱

새로운 질병 개념의 가습기살균제 피해

2024-07-22 13:00:01 게재

‘가습기살균제 증후군’을 알고 있는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이 인지된 지 13년째. 사람들은 그저 13년 전에 발생한 사건, 즉 가습기살균제 노출로 인한 폐손상 폐섬유화 사건으로 알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제2차 3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장(Zhang W) 등이 2024년 6월 ‘생태독성 환경 안전(Ecotoxicol Environ Saf)’에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가습기살균제의 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PHMG)을 폐포 제2형 상피세포에 투여한 결과 단백질 발현을 낮춰 지질과산화조절제로서 폐포 제2형 상피세포의 항산화시스템을 방해했다. 또한 PHMG는 ‘쥐 폐 상피세포-12(MLE-12)’에서 세포 내 활성산소를 증가시키고 미토콘드리아 손상을 유도했다.

그동안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폐섬유화와 천식 간질성폐렴 폐렴 등 호흡기질환에만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성과로 PHMG가 미토콘드리아 완전성과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밝혀 세포독성 유발 메커니즘을 해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전대미문의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처음 발생할 당시 피해의 인정은 매우 엄격하게 이뤄졌다. 이때 나온 개념이 가습기살균제 폐손상(HDLI)이다. 사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 여부를 판단할 때 이 병변이 동물실험을 통해 재현되는지를 중시했다.

가습기살균제에 의한 폐손상은 특이한 흡입독성으로 폐 중심 소엽에 특징적인 염증과 섬유화를 보인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독성과 역학 자료가 전무한 상태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규명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가습기살균제 도달한 온몸에 악영향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더 정밀한 추가연구를 하지 않은 채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폐손상’이라고 규명짓고 이런 양상이 아닌 다른 폐섬유화 소견은 폐손상 3,4단계로 판단해 피해자가 아닌 것으로 판정을 한 것은 큰 오류였다.

최신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가습기살균제는 단지 폐섬유화와 천식 간질성폐렴 폐렴 등 호흡기질환만 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가습기살균제가 도달한 심장과 혈관 근육 간 골수 등 여러 부위에서 세포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염증과 섬유화 소견뿐만 아니라 항산화시스템에 손상을 주고 미토콘드리아 손상을 통해 에너지 대사에 영향을 미쳐 여러 신체기능 이상과 질병을 가져오게 된다. 여러 신체부위가 세포 독성을 거쳐 다양한 질환이 발생한다는 것으로 매우 새로운 질병 발병 개념이다.

어릴 때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되어 미토콘드리아 손상 등 병약한 세포를 많이 가진 피해자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새로운 질환이 발생하고 있다. 가령 호르몬 분비기관 손상을 받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사춘기에 접어들게 되면 호르몬 불균형으로 성조숙증을 경험하게 되거나,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무월경 배란장애를 보이기도 한다. 결혼하고 자녀를 가질 시기에는 불임으로 자녀를 가지기 힘들 수도 있다.

근육에도 염증과 섬유화 소견으로 현저한 운동장애를 보이고 일상생활에도 지속적이고 심각한 피로가 진행되는 만성피로증후군을 앓게 될 수도 있다. 군복무를 해야 하는 남자의 경우는 뛰지 못하고 심한 운동능력 저하로 군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젊은 나이임에도 신체노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암 뇌졸중 심근경색 당뇨 인지기능저하 등 퇴행성질환을 빨리 앓게 된다. 남들보다 치매가 빨리 진행돼 조기 치매질환을 앓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인정받지 못한 독성간염 암 자가면역질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운동장애 만성피로증후군 우울증과 자살 등 너무 많은 피해자들이 방치돼왔다. 피해자들에겐 너무 가혹하고 피눈물 나는 일이다. 우리사회는 아직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전모를 너무 모른다.

신체노화에 따른 새 질병 발생 가능성

최근 의학의 발달로 미토콘드리아 손상을 치료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기에 희망을 가져야 한다. 아직 본격적으로 퇴행성질환이 발병하기 전에 건강모니터링을 세밀히 진행하고 치료기술을 개발하고 몸을 건강하게 관리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건강관리와 치료기술 개발이 피해자들에게 큰 기회를 줄 수도 있다. 미토콘드리아 치료기술 개발은 일반인들에게도 문제가 되는 암 뇌졸중 심근경색증 당뇨 등을 예방 관리하는 기술을 개발할 인프라가 될 수 있다. 또한 제2의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환경위해관리체계에 중요한 기초가 될 수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잘 품고 돌보는 일은 우리사회에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