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으로 과거 기후 맛보고 그림으로 대기 변화 읽는다

2024-07-22 13:00:01 게재

나무 나이테는 기본

다양해지는 분석법

과거 기후 조건을 추정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나무 나이테 분석’이다. 통상 해마다 새로운 나이테를 형성하는 나무의 특성을 활용한 방법으로 그 해 기후 조건 등에 반응해 너비와 밀도 등이 달라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방법 외에도 와인이나 그림 등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영역에서 과거 기후를 읽어 내려는 노력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22일 과학 주간지인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린 기사 ‘중세 와인 시음이 유럽 기후에 대한 공백을 메우다’(폴 부센)에 따르면, 기후과학자 사이에서 과거 기후를 파악하기 위한 자료로 ‘와인’이 떠오르고 있다. 1400년대 유럽의 지하 저장고와 수도원에서 발견된 포도 수확 기록은 과거 기온을 알아내는 데 훌륭한 자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이미 상당수의 과학자들은 포도 수확 날짜(GHD) 기록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긴 연속적인 페놀로지 데이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국제학술지 ‘과거의 기후(Climate of the Past)’에 실린 논문 ‘포도 수확 날짜의 가장 긴 균질 시리즈, 본(Beaune) 1354–2018 및 과거와 현재 기후 이해에 대한 중요성’). 페놀로지 데이터는 주기적인 생명 현상과 기후 조건 사이의 관계를 읽어낼 수 있는 자료다.

게다가 이제는 발효 전 와인의 단맛을 측정하는 척도도 과거 기온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하는 분위기다. 포도를 수확하고 으깬 뒤 나오는 ‘즙’의 당도가 높을수록 알코올이 많이 들어간다. 또한 기온이 높을 때 포도즙의 당도가 높아진다. 이러한 기록 등을 통해 과거 기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과거 대기 상태를 그림으로 파악하는 경우도 있다. 그림에 나타난 하늘의 색상과 빛의 산란 정도를 분석해 대기 중의 입자와 가스 농도를 추정하는 식이다.

미국과 영국 노르웨이 등 다양한 국가의 연구진들은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그림 ‘절규’에 주목했다(영국왕립기상학회지에 실린 ‘비명을 지르는 구름’, 미국기상학회 공보의 ‘에드바르 뭉크의 비명 속 하늘’ 등). 이 그림 속 붉은 하늘이 극지방 주변 고위도의 겨울철에 성층권에서 일몰 즈음에 무지갯빛을 띠며 드물게 나타나는 ‘진주구름(자개구름)’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구름은 1870년 전에는 관찰되지 않았다. 화산의 영향으로 석양 때 나타나는 구름 등의 자연 사진들과 비교해 정량적으로 평가한 결과들이다. 화산 폭발로 대기 중에 분출된 입자들은 일몰 시 하늘색을 변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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