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업용부동산 시장 붕괴, 채권 시장 악영향

2024-07-22 13:00:17 게재

SASB 연체율 2년간 3배↑

올해 5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고층 건물이 투자금액 대비 30% 가격에 매각됐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회사인 블랙스톤이 2014년 6억500만달러를 투자해 사들인 1740 브로드웨이 빌딩은 메트라이프 등 보험사가 투자했다. 블랙스톤은 SASB 채권을 이용해 부동산 프로젝트 자금을 조달했다. 채권의 신용등급은 AAA에 달했지만 손실이 크게 발생한 것이다. SASB 채권은 미국 채권시장에서 가장 안전한 채권으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 연체율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스카이라인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뒤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다. 연합뉴스·UPI

미국 상업용부동산 시장의 부실이 커지면서 그 여파가 채권시장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뉴욕사무소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인용해 작성한 문서에서 “SASB 사례의 문제점은 부동산시장의 붕괴가 (단순히 개별 금융회사가 아닌) 금융시장(특히 채권시장) 전반을 어려움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SASB는 ‘단일 물건-단일 차주’ 채권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여러 자산을 취합해서 채권을 발행했다가 위기가 발생했는데, 이후 월스트리트 사모펀드들은 SASB를 이용해 주요 부동산 프로젝트 자금을 조달했다.

SASB는 우량 물건인 '믿을만한 자산'에 투자하고 블랙스톤 등 '믿을만한' 차주의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어서 신용평가사로부터 미국 국채보다 높은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받았고, 이 때문에 은행과 보험회사들의 투자가 확대됐다.

2017년 SASB는 총 상업용부동산채권 발행의 40%를 자치했지만, 2021년에는 70%로 급상승했다. 민간이 발행한 상업용부동산 저당증권(CMBS) 중에서 대형 단일 상업용 부동산에 대출채권을 기초로 해 차입 주체가 하나인 SASB가 가장 흔한 발행 형태가 됐다.

하지만 상업용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가장 우량하다고 여겨지던 SASB의 연체율은 최근 8.7%에 달했다. 연체율이 2년간 3배 가량 상승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SASB의 만기가 집중되는 2025년 하반기부터 시장경색이 심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반 AAA 채권의 등급 강등 비율이 0.2%에 불과한 반면 SASB 채권은 비율이 8%에 달해 상대적으로 호의적이었던 신용평가가 투자자들의 신용등급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은 “투자자들 대부분이 은행 등 우량 금융회사라는 점도 SASB 채권 포기를 쉽게 만들어 문제의 악순환을 초래할 위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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