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몰린 자영업자 2금융권 연체율 급상승…중소기업들 파산 속출
자영업 대출 2명 중 1명은 다중채무자
상반기 법인파산 987건 역대 최고 수준
고금리와 소비 부진 등의 영향으로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매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금리 상승에 따른 채무 상환 부담은 늘면서 빚을 갚지 못해 연체가 발생하는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중소기업들도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는 곳이 급격히 증가했다.
22일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개인사업자대출 세부 업권별 연체율’ 자료에 따르면 1분기말 기준 저축은행 개인사업자대출(자영업자) 연체율은 9.96%로 나타났다. 2금융권 전체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4.18%로 2015년 2분기(4.25%) 이후 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저축은행 연체율이 전체 자영업자 연체율의 2배 이상을 넘어선 가운데 농협·신협 등 상호금융 자영업자 연체율은 3.66%, 카드사·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사는 3.21%, 보험사는 1.31%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은 1년 전과 비교해 연체율 상승 폭이 4.79%p로 가장 크고, 상호금융과 여신전문금융사, 보험사도 각각 1.44%p, 1.41%p, 0.62%p 상승했다.
은행권 자영업자 연체율은 1분기 0.54%로 2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지만, 2015년 1분기(0.59%)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5월 연체율은 0.69%로 더 상승했다. 2금융권 자영업자 연체율도 2분기에 상승 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은행에서 더 이상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이 2금융권 등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끌어다 쓰면서 고금리에 따른 상환 부담 압박을 받고 있다.
1분기 기준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178만3000명 가운데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빚을 낸 다중채무자는 57%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4분기(57.3%)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대출액 기준으로 놓고 보면 전체 자영업자 대출 752조원 가운데 71.3%는 다중채무자들이 낸 빚이다. 자영업 다중채무자는 1인당 평균 4억2000만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자영업자의 연체율 상승과 함께 더 이상 채무 상환 부담을 견디다 못해 무너지는 중소기업들도 크게 늘고 있다.
21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국 법인 파산 접수 건수는 987건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법인 파산은 1657건으로 연간 기준 역대 최고치였지만 올해는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파산을 신청한 대부분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다.
올해 상반기 법인회생 신청은 816건으로 회생 보다 파산을 신청한 기업이 더 많았다. 지난해부터 나타난 이 같은 역전 현상은 빚을 갚아 재기하는 것보다 차라리 회사 문을 닫는 게 낫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이번 금리상승기의 경우 과거 상승기와 달리 큰 폭의 대출금리 상승과 서비스업 경기 악화 등이 맞물리면서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빠른 속도로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며 “현재로서는 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연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취약차주의 비중이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특히 2022년 하반기 이후 신규로 연체에 진입한 차주가 가파르게 증가한 가운데 이들이 연체상태를 상당 기간 지속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은은 “금융당국은 자영업자의 연체규모가 빠르게 늘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매출부진 장기화 등 으로 채무상환능력이 크게 떨어졌거나 회생가능성이 없는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재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부남 의원은 “2금융권의 연체율 급등을 보면 경제의 실핏줄인 자영업자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정부는 과감하고 적극적인 재정 운용을 통해서 내수를 진작시키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