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공의 7707명 모집 ‘어려울 듯’
전공의 정원 축소 가능성도 … “빅5병원이 먼저 전문의중심체계로 전환해야”
9월부터 진행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22일부터 시작됐다. 수련병원들은 7707명의 전공의를 새로 모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달까지 얼마나 모집될지 불확실하고 목표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관련해서 의료정상화를 위해 빅5병원들이 솔선해서 전문의중심으로 진료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이 나온다.
22일 정부와 병원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빅5’ 병원을 포함한 전국 수련병원들이 이날부터 이달 말까지 올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받는다.
수련병원들은 7707명을 하반기 모집하겠다고 보건복지부에 신청했다. 110개 수련병원에서 사직처리 결과 전체 전공의 1만4531명의 56.5%인 7648명이 사직 및 임용 포기로 처리됐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인원은 사직처리 결과보다 많은 인원이다.
하지만 병원의 목표대로 제대로 전공의들이 모집될지 미지수다. 빅5병원 관계자들은 “지금 상황을 보면 얼마나 모집될지 불확실하다”며 “지원자가 많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사직 여부에 무반응한 전공의들이 4716명에 이른다. 그리고 일부 비대위 의대교수들이 모집된 전공의에 대한 교육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가톨릭대 의대 영상의학교실 교수들은 20일 “후반기 입사한 전공의에 대해 지도 전문의를 맡지 않고 교육과 지도를 거부할 것”이라며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후반기 전공의에 지원하는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이런 의사를 미리 밝힌다”는 성명을 냈다.
여기에 임현택 의사협회 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공의들과 교수님들의 뜻과 관계없이 가을턴을 뽑는 건 환자 살리는 총알 빗발치는 전쟁터의 전우애를 산산조각 내는 일”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가톨릭중앙의료원 등 수련병원 대부분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또 오늘부터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이날부터 26일까지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접수한다. 의사 면허를 따려면 9~11월에 국시 실기와 내년 1월 필기에 모두 합격해야 한다. 하지만 의대 본과 4학년의 실기 응시를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뤄 파행이 불가피한 해 보인다.
한편 17일 오전 11시 기준 근무를 하지 않고 사직 처리도 안 된 전공의는 4716명이나 된다. 전체 전공의의 34.9%에 해당한다. 이들 전공의들은 자기 의지로 무반응을 하고 있지만 개인별로 상황은 좋지 않다.
이들 전공의들은 수련병원 소속으로 돼 있어 다른 병원에 취직하지도 못하는 처지가 된다. 병역 대상자는 의무사관 후보생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입대해야 한다. 의사들은 인턴 때 군 의무사관 후보생으로 등록한다. 군의관 공중보건의사(공보의) 등으로 군 복무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들뿐 아니라 사직 후 9월에 수련병원에 돌아오지 않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로 입대해야 한다. 한해 군의관 공보의 인원은 정해져 있어 입대가 늦춰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전공의 사직과 미복귀 등으로 수련병원 전공의 정원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번에 사직한 전공의들이 다시 9월에 대규모로 복귀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복지부는 이탈 전공의에 비해 사직자가 지나치게 적거나 사직 처리나 9월 모집 신청을 하지 않은 수련병원은 내년 3월 모집 때부터 전공의 정원을 축소할 방침이다.
지방 한 병원장은 “수련 전공의들을 값싼 노동력으로 이용하는 행태를 버려야 한다”며 “수련병원들은 특히 빅5병원들이 먼저 전문의중심병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동네-지방병원과 경쟁하면서 경증환자를 많이 보려고 하지 말고 중환자 진료와 연구개발 그리고 의료관광을 통해 병원을 성장시키려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