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후보보다 주목받은 윤 대통령 부부…판세 영향은

2024-07-22 13:00:30 게재

전대 내내 ‘채 상병 특검법’ ‘김 여사 문자’ ‘김 여사 조사’ 이슈 부각

원희룡 “한동훈 대표되면 당정 파탄” 한 “당정관계 수평적 재정립”

‘친윤 대 반윤’ 구도 … 당원들, ‘윤심’ 좇을지 외면할지가 승패 좌우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기간 내내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후보들 간에 펼쳐진 공방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4명의 대표 후보보다 더 주목을 받았다. 결국 후보들보다 윤 대통령 부부의 표심 영향력이 더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원들이 ‘윤심(윤석열 마음)’을 좇을지, 아니면 외면할지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것이란 전망이다.

◆투표 중 공개된 ‘김 여사 조사’ = 전당대회 투표가 종료되는 22일 정치권은 ‘김건희 여사 검찰 조사’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김 여사가 지난 20일 대통령 경호처 부속청사에서 13시간 동안 비공개 조사를 받은 사실이 21일 공개되자, 야권은 “소환 쇼” “황제 조사”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는 “검찰총장 모르게 이뤄진 사상 초유의 황제 조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김 여사 조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여사 조사가 알려진 21일은 전당대회 당원투표와 여론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여사측은 친윤 결집과 동정표를 기대했을 수 있다.

앞서 원희룡 후보와 한동훈 후보는 ‘김 여사 문자’를 놓고 거칠게 충돌했다. 김 여사가 지난 1월 한 후보에게 보낸 5통의 문자가 갑자기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원 후보는 “영부인의 문자에 어떻게 답도 안 할 수가 있느냐. 공적·사적 따지기 전에 인간적으로 예의가 아니다”며 한 후보를 겨냥한 ‘배신자 프레임’을 부각시켰다. 전당대회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김 여사가 유력후보(한동훈)를 공격하는 카드로 부각된 것이다. 여권 내에서는 문자 유출 경로를 놓고 서로를 의심하는 장면이 펼쳐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전당대회 초기부터 ‘채 상병 특검법’ 때문에 판세를 뒤흔들 변수로 등장했다. 한 후보가 지난달 23일 출마를 선언하면서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추진하겠다고 나서자, 친윤에서는 한 후보를 “배신자”라며 맹폭했다. 원 후보는 22일 “한 후보가 ‘채 상병 특검법’을 민주당과 공조해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반드시 당정관계가 파탄 나고 당이 분열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후보는 지난달 출마를 선언하면서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쇄신하겠다”고 공약했다.

◆배신감 느끼는 윤 대통령 부부 = 이번 전당대회는 윤 대통령과 갈등 관계인 한 후보가 출마를 선언하면서 윤 대통령 부부가 전장의 한복판에 설 수밖에 없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출마 후보가 전부 친윤이었다면 윤 대통령 부부가 굳이 부각될 이유가 없었지만 ‘윤-한 갈등설’의 주인공인 한 후보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윤 대통령 부부가 본의 아니게 존재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

한 후보에게 강한 배신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 부부가 전당대회 관중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입김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찌감치 여권 내에서 제기됐다. 친윤 원희룡 후보 출마→윤 대통령,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김 여사 문자 공개→김 여사 검찰 조사 등 전당대회 판세를 흔든 일련의 이벤트는 윤 대통령 부부의 의중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 부부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해석되는 이벤트들은 전당대회를 어떤 결과로 이끌까. 친윤을 표방한 원 후보가 당선된다면 “윤 대통령 부부가 바랐던 결과가 나왔다. 윤 대통령 부부의 치밀한 전략이 통한 ‘윤 대통령 부부의 승리’”라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반면 한 후보가 1위를 차지한다면 윤 대통령 부부는 상당한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된다. 역설적이지만 한 후보가 승리한다고 해도 “윤 대통령 부부가 1등 공신”이라는 관전평이 나올 수 있다. 윤석열정부 2년 동안 윤 대통령 부부에게 실망한 당원과 국민 표심이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을 형성했고, 결국 그 표심이 한 후보에게 결집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영남권 의원은 21일 “(한 후보가 당선된다면) 윤 대통령 부부가 1등 공신임은 분명하다.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민심이 반윤을 표방한 한 후보에게 집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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