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선 후보직 전격 사퇴…미 역사상 처음
“새 후보로 해리스 전폭 지지”
트럼프 “해리스 연대책임” 공세
민주당 안팎의 거센 압력에도 완주 의사를 굽히지 않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지난달 27일 첫 TV토론 참패 이후 25일 만이고, 11월 5일 대선을 106일 앞둔 시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도전 포기를 공식 발표하면서 자신을 대신할 후보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대선 후보 공식 지명 절차만을 남겨둔 현직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공식 포기한 것은 미국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전·현직 대통령간 리턴매치가 무산돼 선거 구도가 급변하면서 미국 대선판이 요동치는 것은 물론, 인도·태평양에서 중동 가자지구, 유럽 우크라이나에 이르기까지 지정학적 긴장이 극심한 시기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진으로 델라웨어주 사저에서 격리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성명을 올리고 민주당 대선 후보직 사퇴 방침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그는 성명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것이 내 의도였으나 (후보에서) 물러나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의 의무를 다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당과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내 결정에 대해 금주 후반에 더 구체적으로 국민들에게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약 20분 뒤 별도의 글을 통해 “오늘 나는 카멀라가 우리 당의 후보가 되는 것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표명한다”라면서 “민주당 당원 여러분, 이제는 우리가 힘을 합쳐 트럼프를 이겨야 할 때다. 해봅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은 엑스에 글을 올려 “대통령의 지지를 받게 돼 영광”이라면서 “민주당을 단결시키고 미국을 통합시키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극단적인 프로젝트 2025 어젠다를 물리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막후에서 ‘중도 사퇴론’을 조용히 주도했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 바이든 대통령을 “최고의 애국자”라 치켜세우고 사퇴 결정을 “나라 사랑에 대한 증거”라 일컬으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제이미 해리슨 당 전국위원회 의장이 새 후보 선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표명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하지만 AP통신은 당 일각에서는 ‘미니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견해도 여전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인 듯 오바마 전 대통령 및 펠로시 전 하원의장, 상·하원 당 지도부 등 당내 핵심 인사들은 해리스 지지를 발표하지 않았다.
일찌감치 ‘교체 후보 해리스’에 대비해 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연대 책임론’으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면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바이든보다 이기기 쉽다”고 자신했다. 트럼프 대선캠프도 성명을 내고 “해리스는 그동안 부패한 바이든의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고 공격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 선언은 TV토론 이후 고령에 따른 건강 및 인지력 저하 논란으로 당 안팎의 사퇴 압력이 거세게 분출된 가운데 나왔다. 그의 후보직 사퇴를 공개 요구한 민주당 소속 상·하원은 이날 기준 37명에 이른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