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대출해준 부실 PF ‘셀프심사’ 논란
한창민 의원 ‘부실대출 면죄부’도 지적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사업성 평가를 PF 대출을 취급해온 금융회사가 직접 시행하는 ‘셀프 심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또 금융당국이 신규자금을 공급하는 금융회사에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하며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도 나왔다.
22일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통해 “부동산 PF 구조조정 등급을 판단하는 주체가 PF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 보험, 증권, 저축, 여신, 상호, 새마을 등의 금융회사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부동산 PF는 특정 부동산 개발 사업을 대상으로 그 사업에서 발생하는 미래 현금흐름을 상환 재원으로 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5월 13일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PF 사업성 평가 분류를 현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하고, 사업성이 가장 낮은 3~4단계 사업장에 대해서는 재구조화 또는 경공매를 통해 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 금감원은 지난 5월30일에 이어 6월28일에도 은행·저축은행·상호금융·여신전문금융회사·보험사 등에 면죄부에 해당되는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했다.
금감원은 의원실에 보낸 서면 또는 구두 답변을 통해 “부동산PF 사업성 평가 및 건전성분류 세부원칙 상 PF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 보험, 증권, 저축, 여전, 상호, 새마을금고 등 금융회사는 매분기 개별 사업장의 사업성 및 사업진행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4단계로 PF 사업장별 사업성을 평가하며 PF 구조조정 등급(1~4등급) 판단주체는 PF 대출을 취급한 금융회사”라고 했다.
또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금융시장 안정 등의 목적으로 정부와 협의를 거쳐 시행한 대출, 보증, 투자, 상환기한의 연기 등 금융지원 업무의 경우 제재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금융회사가 부동산 PF의 연착륙을 위해 사업성이 부족한 PF 사업장을 정리·재구조화하거나, 정상화 가능 사업장 등에 대해 신디케이트론 등을 통해 신규자금을 공급하는 것은 금융시장 안정화와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 등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상 면책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의원실은 “과도한 PF 대출을 통해 막대한 이자수익을 취해온 금융회사가 부동산 PF의 사업성을 직접 판단하고 신규자금 투입에 대한 면책특권을 부여해온 것으로 드러나 적절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했다. 또 “비조치의견서의 핵심은 재구조화 사업장에 신규자금 공급인데 재구조화에 ‘신속한 공매’가 포함돼 있어 자본력 있는 금융사가 공매 후 수의계약의 형태로 후순위와 시행사를 정리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어 추가적인 혼란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 의원은 “평가받아야 할 금융기관이 부동산 PF 사업성을 평가한다는 것은 오디션 후보로 나온 사람이 자신의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나온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금융당국이 신규자금을 공급하는 금융회사에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PF에 구조조정에 대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주문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