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범죄 잠입수사 가능해질까
성인 피해자까지 확대
권칠승 의원 대표발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N번방’과 같은 디지털성범죄에 대해 경찰의 잠입수사를 허용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다.
22일 경찰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권칠승(경기 화성병) 국회의원이 신분위장 등을 통해 경찰이 디지털성범죄를 수사할 수 있게 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최근 발생한 ‘서울대 N번방 사건’의 경우 초기 경찰 수사에서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수사를 종결했다가 민간의 도움을 받아 범인을 검거했다. 미성년자가 피해자라면 제한적으로 가능하지만 성인이 피해자인 경우 법적 근거가 없어 위장·잠입수사가 불가능하다. 경찰은 결국 위장 잠입한 ‘추적단 불꽃’의 도움을 받아 피의자를 검거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의심을 산 제3자가 기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은 애초 용의자로 지목된 제3자는 범행과 무관한 인물로 보고 있다.
경찰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수사하는 것을 신분비공개(잠입)수사라고 하고, 신분을 위장해 계약이나 거래를 하는 것을 신분위장(위장)수사라고 한다. 미성년자 대상으로 잠입·위장수사가 도입되면서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2021년 9월부터 2023년 6월까지 경찰은 잠입수사 286건, 위장수사 64건 등 350건의 잠입·위장수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705명을 검거해 이중 56명을 구속한 바 있다.
다만 성욕해소를 위해 또는 부당하게 금전을 벌어들이기 위한 디지털성범죄는 범행 대상의 연령층을 구분하지 않는다. N번방 사건 당시 미성년자 피해자가 다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021년 9월 아동·청소년보호법이 개정됐고, 미성년자 대상 디지털성범죄에서 경찰관이 위장·잠입수사를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하지만 성인 피해자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
경찰청이 2022년 사이버 성폭력 사범을 집중 단속한 결과 피해자 678명 중 성인이 420명으로 61.9%에 달했다.
이번에 권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아청법이 아닌 성폭력특례법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성인을 포함한 전체 디지털성범죄에도 경찰관이 신분을 위장하거나, 공개하지 않은 채 증거를 수집할 수 있게 했다.
발의된 법안을 살펴보면 잠입수사를 하는 경찰은 시도 경찰청 수사부장 등 상급부서 책임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수사 목적이 해소되면 즉시 위장수사를 종료해야 한다. 수사가 마무리 되면 국가수사본부장은 국가경찰위원회에 보고해야 하고, 반기마다 국회에 비공개수사 자료를 보고해야 한다.
잠입수사가 증거수집이 주된 목적이라면 위장수사는 증거수집 외에 범인 검거에 활용된다. 경찰이 검찰에 위장수사를 신청하면, 검사는 이를 법원에 청구한다. 법원이 허가를 해야만 위장수사를 할 수 있다. 위장수사는 3개월을 초과할 수 없지만 3개월마다 절차를 통해 갱신할 수 있다. 긴급한 경우는 선조치 후 48시간 내에 법원 허가를 받도록 했다. 다만 전체 수사기간은 1년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권 의원은 “디지털성범죄는 높은 익명성과 빠른 전파성, 무한 반복성의 특징이 있어 적극적이고 강력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신속한 법안 통과로 추가 범죄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