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검은 반도체' 세계시장 석권에 도전
2026년 국제 마른김거래소 운영 예정 전남도, 금값이 된 ‘김’ 생산량 세계 1위
‘김 생산량 세계 1위’인 전남도가 오는 2026년 국제 마른김거래소를 운영할 예정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국제 거래소 운영을 통해 마른김 품질을 표준화하고 수출 가격을 높여 세계시장을 석권한다는 게 전남도 구상이다. 마른김은 최근 김밥이 세계적 인기를 얻으면서 ‘검은 반도체’로 불리고 있다.
23일 한국김산업연합회 등에 따르면 전남도는 오는 2026년 마른김 국제 거래소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국제 거래소를 운영 중인 국가는 중국과 일본 두 나라뿐이다. 국내에는 지난 1월 충남 서천에 설치됐지만 거래 물량이 적어 한시적으로 운영 중이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세계 마른김 생산량 2억2940만속(1속 100장) 중 59%에 달하는 1억3600만속을 생산하는 김 주산지다. 이 가운데 전남이 80%(물김 기준) 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이처럼 생산량 세계 1위를 차지하지만 품질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제값을 못 받고 판매하고 있다. 이로 인해 김 양식어가와 시설 등이 계속 줄고 있다. 전남도 김 양식어가는 지난해 2901어가에서 올해 2786어가로 감소했다. 양식시설 역시 91만9573책(폭 2.2m, 길이 40m)에서 90만4058책으로 줄었다.
전남도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마른김거래소를 구상했다. 세계적인 김밥 열풍도 거래소 구상에 한몫했다. 마른김 견본을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거래소 운영 특성상 품질 표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이에 전남도는 지난해 고흥에 마른김 검사소를 설치했고 이를 장흥 해남 등 9개 수협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양식어가 등과 협의해 전국에서 처음 ‘마른김 품질관리 검사 기준에 관한 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 규정은 조만간 전남도의회 심의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규정에 따르면 마른김은 전문가들이 중금속 및 단백질 검사, 이물질 혼입도 등을 정밀 검사해 4개 등급으로 나눠 품질을 인증한다. 해외 구매자는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거친 마른김 견본을 보고 가격과 구매를 결정한다. 양식어가는 이런 과정이 정착되면 마른김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봉학 한국김산업연합회장은 “마른김 가격 안정은 양식어가의 숙원이었다”면서 “거래소가 운영되면 생산과 판매 모두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도는 전남에서 생산된 마른김 전량을 국제거래소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국내 및 세계 김 생산량을 감안하면 전남 국제 마른김거래소가 세계시장을 석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남도 분석이다. 목포 수산식품 수출센터에 설치될 예정인 국제 거래소는 마른김 견본 600점 이상을 선보일 예정이다.
박영채 전남도 해양수산국장은 “국내에서 생산된 마른김이 다른 나라보다 품질이 좋은데도 제값을 못 받고 있다”며 “국제거래소 운영을 통해 세계시장을 충분히 석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