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지방의회 성추행으로 ‘시끌’
대전·천안 등 윤리위 가동
여성계, 제도 강화 요구
대전과 충남 천안 등 충청권 지방의회에서 잇따라 성추행 사건이 불거져 논란을 빚고 있다. 성추행 사건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높다.
23일 대전시의회와 충남 천안시의회 등에 따르면 이들 지방의회는 최근 불거진 의원 성추행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천안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22일 의회 본회의장 앞에서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A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A의원은 사건 자체를 부정하고 있지만 의혹이 커지자 이날 국힘측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천안시의회는 이날 A의원을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했다. A의원 성추행 의혹은 천안시 공무원노조가 지난 15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노조는 이날 A의원이 30살이나 어린 의회 소속 여성 공무원을 대상으로 1년 동안 반복적으로 성희롱 발언과 신체접촉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천안시의회 성추행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엔 민주당 소속 B의원이 여성 시의원을 상대로 성추행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B의원은 이 사건으로 지난달 출석정지 30일 처분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B의원 역시 민주당을 탈당했다.
대전시의회 C의원은 지난 총선 때 모 후보 캠프에서 함께 활동하던 여성의 신체를 접촉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고발됐다. 대전시의회는 지난 17일 C의원을 윤리위에 회부했다. C의원은 지난해에도 시의회 직원을 성희롱했다는 이유로 국민의힘 대전시당에서 당원권 정지 1개월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들 사건의 피해대상은 동료의원 공무원 정당원 등이다. 나이도 30살 어린 여성부터 같은 나이대 여성까지 다양했다. 성추행이 1년 동안 지속된 경우도 있었다. 가해자 역시 여야가 따로 있지 않았다. 이들 지방의회에서 무차별적인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여성단체들은 이 같은 사건의 원인을 제도부재 등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민소영 대전여민회 사무국장은 “일반 사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선 성범죄를 중대사안으로 보고 이를 처리할 구체적인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지만 지방의회에선 별도의 제도적 장치 없이 ‘품위유지 위반’으로 징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 사무국장은 “‘제식구 감싸기’ 행태 속에서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고 결국 같은 사건이 재발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대적인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간기업 등 보다 큰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민숙 대전시의원은 “시민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지방의회는 민간기업보다 더욱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