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교체 후 금융당국 주도권 변화 관심
금융위·금감원 엇박자에 “금융위 책임감 갖고 할 것”
김병환 인사청문회 … 이복현 금감원장과 조율 주목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2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의 엇박자에 대해 “금융위가 책임감을 갖고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금융당국의 주도권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게 있다는 금융권 분위기와 ‘금융위 패싱’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위상에 변화를 겪은 금융위와 금감원이 향후 어떤 역학관계를 형성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에게 2가지 측면에서 정책조율에 실패했다고 질타했다. 김 후보자가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으로 근무하던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 조기에 사태를 진화하지 못한 것은 지방자체단체와의 정책조율 실패라고 지적했다. 또 공매도 규제 정상화와 관련해서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 3월과 6월 공매도 재개를 언급한 이후 대통령실이 진화에 나서면서 금융위·금감원·대통령실이 엇박자를 낸 것 등을 부처간 정책조율 실패 사례로 언급했다.
강 의원은 “경제관계장관 회의를 정기적으로 하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냐”며 “대통령실의 관리부실인가, 금융위 무능인가, 금감원의 돌출발언인가”라고 물었다. 김 후보자는 “그게 문제라고 보신다면 조금씩 다 섞여 있고, 겹쳐있지 않았나”라며 “내부 논의 과정에 있었지만 결정되기 전, 언론에 노출되는 과정에서 해석에 따라 다르게 나간 멘트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임하게 되면 말씀주신 부분에 대해 좀 더 금융위원회가 책임감을 갖고 하겠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문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 수장이 금융위원장이 아닌 금감원장이라는 인식을 갖게끔 각종 제도 정책에 대해 발언이 많았다”며 “국회의원인 나조차도 ‘우리 금융감독 수장이 누구였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금감원에 대한 ‘그립감’이 없었고 약했다고 본다. 금융위가 금융정책을 총괄한다는 인상을 주도록 활발하게 각종 정책과 제도를 홍보해달라”고 말했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금감원장이 ‘금투세 유예결정은 굉장히 비겁하다’고 말했는데 금감원은 금융정책결정기관이 아닌 금융기관의 감독기관”이라며 “금감원장의 개인적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런 식의 의견을 밝힌 것은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윤 정부 이후 금융위과 금감원의 관계설정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진 것은 이복현 원장의 거침없는 발언과 행보 등이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한 측면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측근인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대통령과 가까운 ‘힘 있는’ 금감원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스타일의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서로 대비되면서 금감원이 금융현안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하지만 김 후보자가 신임 금융위원장에 임명될 경우 이복현 원장이 계속 동일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금융위 권한과 관련된 이슈까지 언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완전히 분리하기 어려운 현재 금융감독시스템에서 두 기관 수장의 관계에 따라 당국 내부의 갈등과 협력이 좌우되는 만큼, 김 후보자의 취임 후 행보에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