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각국, 데이터센터 확대 발벗고 나서
향후 3~5년 안에 현재 2.5배로 증설
젊은층 많고 디지털 산업 성장 추세
해외 의존에서 ‘데이터주권’ 필요성
동남아시아 각국이 자국내 데이터센터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향후 수년 안에 지금의 두배 넘는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젊은 인구가 많고 디지털 산업이 성장하면서 핵심 정보를 자국 안에서 관리하는 이른바 ‘데이터 주권’에 대한 요구가 상승하고 있어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데이터를 기초로 분석한 결과, 동남아 6개 나라의 향후 3~5년 이후 데이터센터 규모는 현재의 2.5배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 신문은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전력용량을 기초로 추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태국 등 6개국은 현재 사용하는 전력량(1708메가와트)에 비해 향후 3~5년 안에 145.0% 증가한 4185메가와트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러한 성장세는 같은 기간 중국(60%)에 비해 두배 이상 빠른 속도다. 이는 생성AI 관련 분야의 급속한 확산과 건설경기 호조로 막대한 전략사용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동남아에서 특히 데이터센터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말레이반도는 AI 관련 서버 등의 급증으로 이른바 ‘AI반도’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 3일 말레이시아 남부에서는 동남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개소식이 열렸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프린스턴디지털그룹이 주도한 데이터센터는 향후 전력 사용량이 150메가와트 규모까지 커질 전망이다.
앤비디아는 말레이시아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현지 기업과 연계하면서 GPU를 공급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5월 22억달러(약 3조5000억원), 구글은 20억달러(약 2조7700억원) 규모의 디지털 관련 인프라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IT대기업 바이트댄스도 데이터센터 확장을 위해 15억달러(약 2조8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할 전망이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가운데, 동남아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나라가 많다”며 “이들 국가가 미중 양쪽에서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데는 강력한 정부의 지원도 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달 X(옛 트위터)에 “2021년부터 2023년까지 1147억링깃(약 34조원)을 데이터센터 등에 투자했다”면서 성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는 자국에 첨단 디지털 관련 투자를 하는 기업에 대해 각종 세금 우대 등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 국영기업을 통해 전력의 안정적 공급도 약속해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2억7000만명의 인구를 갖고 있는 인도네시아에서도 데이터센터 규모가 향후 4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4월 말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투자를 요청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만났다.
이들 나라가 데이터센터 유치에 발벗고 나선 데는 데이터주권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데이터주권은 개인정보와 기업의 기밀정보 등을 자국 안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다른 나라로 관련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는 권리이다. 최근 일본에서 문제가 됐던 라인야후 사태도 일본 정부가 데이터주권 차원에서 접근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실제로 지금까지 미국 빅테크 등은 동남아 각국에서 확보한 개인정보 등을 싱가포르나 호주, 일본 등지에 있는 데이터센터에서 관리했다. 동남아의 경우 완벽하게 정보보안을 관리하기 어려워 불법적인 정보접근이나 해킹 등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동남아 각국은 법적 정비를 통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태국은 2022년 개인정보보호법을 시행했다. 태국은 향후 자국내에 지금의 6배 규모에 이르는 데이터센터를 둔다는 계획이다. 베트남도 2022년 자국에서 취득한 개인정보는 국내에서 보관하는 것을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알리바바 등은 베트남에 데이터센터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그동안 이 지역내 데이터센터 허브 역할을 해왔던 싱가포르는 긴장하고 있다. 대량의 전력을 소비하는 인프라여서 환경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2019년 이후 국내에서 데이터센터 신설을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3~5년 후에도 시설 규모는 지금의 30% 수준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