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야당 단독으로 국회 환노위 통과
이정식 고용부 장관 “유감”
경총 “기업과 경제 무너질 것”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2일 야당 단독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국회 횐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자 깊은 유감을 표했다. 경영계도 국회 개정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국회 환노위는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노란봉투법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퇴장했고 더불어민주당·진보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노란본투법을 의결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를 원청기업 등으로 확대해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손배소송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란봉투법이라는 별칭은 2014년 쌍용차 파업으로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조 조합원을 도우려고 시민단체들이 노란봉투에 성금을 담아 보낸 데서 비롯됐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거부권)로 국회 재의결을 거쳐 최종 폐기됐다.
이정식 장관은 이날 환노위 의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노사관계와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큰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명해왔음에도 개정안이 의결돼 유감”이라며 “법리상 문제, 현장 노사관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 산업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전체 국민과 근로자의 권익향상을 저해할 것이 예상되는 개정안을 장관으로서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노사가 모두 공감하는 입법이 이뤄져야 산업현장에서 법의 수용성과 법적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며 “일방의 입장만을 반영한 노조법 개정은 결국 국민불편과 국가경제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앞으로 남은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경영계도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지금이라도 국회는 개정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총은 “야당은 경영계 의견을 철저하게 무시했다”며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21대 국회의 개정안보다 더욱 심각한 개악안을 강행 처리하며 국가경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개정안은 손해배상청구를 사실상 봉쇄해 극단적 불법 쟁의행위를 조장한다”며 “추상적 개념으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총은 “이 법안이 가져올 산업현장의 혼란과 법체계상의 문제점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해야 한다”며 “그렇게 돼야 최소한 이 나라의 기업과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등 야당은 노란봉투법을 국회 법사위를 거쳐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