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SM 시세조종 혐의’ 구속
법원 “증거인멸·도망염려” 영장 발부 … 오너 부재, 카카오 경영쇄신 차질 전망
법원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김범수 카카오 CA협의체 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창업자이면서 오너인 김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카카오는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2시부터 자본시장법 위반(시세조종)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23일 새벽 “증거 인멸과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2부(장대규 부장검사)는 지난해 2월 SM 경영권 인수경쟁 당시 상대 회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 주식 시세를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시세조종한 혐의로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검찰은 카카오측이 지난해 2월 16~17일, 27~28일 등 4일에 걸쳐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2400억원을 동원, 553차례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구속영장에는 2월 28일 하루 1300억원을 동원한 카카오의 시세조종 혐의만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당시 이 사안으로 이미 2명이 구속됐고 정상적인 인수합병(M&A) 공개매수가 아닌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시장교란 행위를 했기 때문에 구속사유가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측은 12명의 변호인단이 출석해 혐의를 부인했지만 구속을 피하진 못했다. 김 위원장은 구속심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매수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못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시세조종 핵심 피의자인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대표와 공모한 혐의 내용이 영장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두고도 혐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그룹협의회에서 “어떤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며 혐의를 부인하기도 했다.
22일 구속심사 과정에서는 이날 오전 지 대표의 보석 석방 소식이 알려지자 카카오측은 한때 김 위원장 심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희망 섞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
◆경영쇄신 차질 전망 = 이 사건 수사는 지난해 2월 하이브가 “(공개매수 때) 비정상적인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수사에 착수한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법인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어 김 위원장과 홍은택 대표 등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경기 성남시에 있는 카카오 판교아지트 소재 카카오그룹 일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6월에는 카카오측 관계자들을 불러 강도높은 조사도 벌였다. 이후 지난 9일 김 위원장을 비공개로 불러 조사한 뒤 1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재 김 위원장과 같은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배 대표는 지난해 10월 구속됐다가 올해 3월 보석으로 석방돼 재판을 받고 있다. 원아시아 지 대표도 지난 3월 구속됐다 보석으로 풀려났다.
김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카카오는 경영쇄신 등 작업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최종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김 위원장은 현재 특수관계인을 합쳐 카카오 지분의 24.03%(3월 말 기준)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매출이 처음으로 8조원을 넘어 8조1058억원을 기록한 토종 IT 대표 기업이다. 자산총액으로는 2023년 상반기 기준으로 약 34조원으로 재계 순위 15위를 기록하고 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