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사실상 예약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경합주인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첫 대선 유세에 나선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이 양자 및 다가 가상대결 모두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오차범위 내에서 이긴다는 여론조사가 23일(현지시간) 나왔다.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와 공동으로 1018명의 등록 유권자를 포함한 전국 성인 1241명을 대상으로 22~23일 이틀간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양자 가상대결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44%를 기록, 42%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오차범위(±3%포인트) 내에서 앞섰다.

이번 여론조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공식 대선 후보로 확정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 포기와 함께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밝힌 이후 시점에 이뤄졌다. 앞서 이달 1~2일 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1%포인트 우세했으며 15~16일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44%로 동률을 기록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제3 후보까지 포함한 다자 가상대결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42%로 트럼프 전 대통령(38%)을 4%포인트 앞섰고,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는 8%를 기록했다. 로이터 통신은 다자 가상대결의 오차범위를 구체적으로 소개하지 않은 채,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오차 범위 밖’ 우위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에서 등록 유권자의 56%는 해리스 부통령(59)에 대해 “정신적으로 예리하고 도전에 대처할 수 있다”고 평가한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78)에 대해서는 49%만 그렇다고 답했다.

앞서 고령 논란에 휩싸인 바이든 대통령(81)의 경우 22%만 정신적으로 업무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고령을 이유로 조롱조의 공격을 퍼붓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제는 자기보다 20살 가까이 어린 해리스 부통령에게 마찬가지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 트럼프 대선캠프 여론조사 담당인 토니 파브리지오는 이날 캠프가 언론에 공개한 ‘해리스 허니문’ 제목의 내부 문건에서 “주류 언론의 해리스 보도는 대부분 긍정적일 것이며 이는 최소한 단기적으로 민주당 및 민주당 진영의 일부를 활기차게 할 것”이라면서 “이것은 해리스의 지지율이 올라가거나, 아니면 심지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서는 여론조사를 보게 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여론조사가 변화하고 해리스가 당 지지기반을 더 공고하게 할 수 있으나 그녀가 누구인지는 바뀌지 않는다”면서 “허니문은 끝나고 유권자들은 다시 바이든의 부조종사로서 해리스의 역할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밀워키의 교외 지역인 웨스트 엘리스에서 진행한 선거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사기꾼, 성범죄자”로 비판하며 맹공격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행 입막음돈 지급 사건을 거론하며 자신이 검사 출신임을 상기시킨 뒤 “나는 여성을 학대하는 (성)착취자, 소비자를 등쳐먹는 사기꾼,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규칙을 깨고 속임수를 쓰는 사람들 등 모든 유형의 가해자들을 상대해봤다”면서 “나는 트럼프 같은 스타일을 안다”고 공세를 펼쳤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자신의 국가 비전을 ‘미래 대 과거’로 대비한 뒤 보수 싱크탱크의 강경 우파 정책 제안집인 ‘프로젝트 2025’를 거론하면서 “트럼프는 미국을 후퇴시키길 원한다”면서 “우리는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공식 선출되면 몇차례 토론을 벌이겠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토론하기를 당연히 원한다면서 “나는 실제로 한 차례 이상 토론하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CNBC 방송이 보도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