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저지대 홍수대피소 어디에
대피소 거의 없어
있어도 공개 안돼
장마기간 집중호우가 일상화되고 있는 충청권 도시 저지대의 경우 홍수대피소 등을 미리 정하고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진이나 민방위대피소와 달리 공식적으로 도심지역 홍수대피소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데다 있더라도 공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24일 충청권 지자체들에 따르면 도시 저지대 홍수 대피소는 100년 장마 빈도 수준으로 시나리오가 만들어져 있지만 이에 대한 정보는 거의 공개돼 있지 않다. 충청권은 최근 수년째 장마기간 집중적으로 비가 내려 대책마련이 시급한 지역이다.
갑천과 유등천 사이에 위치한 대전 서구의 경우 현재 공식적인 홍수대피소는 1곳이다. 100년 장마 빈도로 한 월평지구 시나리오에 따라 하천이 범람할 경우 갈마노인복지관으로 대피소를 정해놓고 있다. 하천변에서 거리가 떨어져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를 안내하지 않아 주민들은 모르고 있다. 대전 서구나 대전시만이 아니다. 충청권은 물론 전국 대부분이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민재난안전포털을 보면 지진이나 민방위 대피소만 있을 뿐 홍수대피소는 따로 없다. 홍수와 관련해서는 임시주거시설이 지역별로 정해져 있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지진이나 민방위대피소를 홍수대피소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민방위대피소 등은 지하가 많아 오히려 홍수가 났을 경우 가장 피해야 하는 장소다. 결국 홍수로 하천범람이 일어날 경우 주민들은 자체 판단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지진이나 전쟁과 달리 홍수가 발생할 경우 당시 상황을 고려, 장소를 선정해 통보하는 방식이어서다. 여기에 최근 도시지역에 하천범람과 같은 큰 피해가 거의 없었던 점도 한몫한다.
문제는 한밤중에 집중호우로 침수가 시작됐을 때 주민들이 신속히 대피할 수 있냐는 점이다. 사정은 지자체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이번 장마로 침수가 발생했던 충남 당진시 관계자는 “예전처럼 하루종일 비가 내리면 준비가 가능한데 이번처럼 불과 1~2시간 안에 집중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 대응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당진시는 일부 학교가 침수되면서 결국 당진초등학교를 대피소로 정해 주민들을 이동시켰다.
이 때문에 도시 저지대의 경우 특히 저층 단독주택이 밀집한 지역들은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식적인 홍수대피소를 미리 정하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광진 대전경실련 기획위원장은 “이번 장마 때 일부 지역처럼 200년 빈도의 비가 도시 하천 주변 저지대에 내렸다면 상상하기 싫은 결과가 일어났을 것”이라며 “지자체 차원에서 최소한 위험지구에 대해선 사전에 각본이 나와 있어야 하고 공식적인 홍수대피소 등을 정해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