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전망 최고치 육박…금리 전망은 최저 수준
최근 부동산시장, 미국발 금리인하 등 기대심리 반영
3~4년전 집값 폭등 때와 심리적으로 유사한 흐름 우려
한은,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집값은 더 오르고, 금리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금리가 크게 낮아지면서 집값이 폭등하던 때와 비슷한 심리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정부 정책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4년 7월 소비자동향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번달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달(108)보다 7포인트 오른 115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11월(116)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지수는 1년 뒤 집값 수준에 대한 소비자 전망치로 100을 넘으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더 크다는 의미다. 더구나 올해 1월(92)이후 지수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치도 커지고 있다는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정부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연기한 것과 함께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하락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세 등이 기대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 지수가 115를 넘어선 것을 보면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는 금리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과도 직접 연결된다. 이번달 금리수준전망지수는 전달(98)보다 3포인트 내린 95를 보였다. 지난해 10월(128) 이후 내림세를 보인 인후 올해들어 지속적으로 금리하락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흐름이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돌면 향후 6개월 정도 지나 금리가 현재보다 더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이 지수도 2020년 10월(9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그만큼 금리하락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미국 연준이 이르면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집값상승과 금리하락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부동산가격이 폭등했던 3~4년 전의 양상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2020년 12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32까지 치솟았고, 금리수준전망은 같은 해 3월 72까지 떨어지는 등 부동산시장이 폭등하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분석이다.
정부와 한은은 다만 당시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당시는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내리면서 시중 유동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로 지금은 절대적인 금리수준도 훨씬 높고, 스트레스DSR 등 다양한 규제가 작동하고 있어 급격한 집값 변동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데 대해 “지역적·일시적으로 일어나는 잔등락”이라며 “추세적 상승은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3.6으로 전달(100.9)보다 2.7포인트 상승했다. 이 지수는 최근 두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고, 지수 자체도 2022년 4월(104.3)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등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이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3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낙관적이라는 의미이다.
황 팀장은 “하계 휴가철을 맞아 여행과 오락문화, 내구재 등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응답한 분들이 많았다”며 “최근 수출 호조세 관련 뉴스와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에 따른 주가상승 등도 심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이달 10~17일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