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조사’ 비판 거센데 ‘김 여사 조사’ 진상파악 검찰 내 충돌
이원석 “보고 누락 경위 파악” 지시에
이창수, 연기 요청 “하려면 나만 조사”
한동훈 “검찰, 국민 눈높이 고려했어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출장 조사’ 경위를 파악하라는 이원석 검찰총장의 지시를 거부하고 나섰다. 검찰총장에 대한 사전 보고 없이 김 여사를 조사하면서 불거진 이 총장과 이 지검장의 갈등이 ‘진상 파악’으로 이어진 것.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대표가 김 여사 조사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밝힌 가운데 검찰 내홍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지검장은 전날 김 여사 소환조사 관련 진상 파악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대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곧바로 진상 파악에 나설 경우 수사팀이 동요하고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지검장은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면 수사팀은 제외하고 나만 받게 해달라”는 취지로도 말했다고 한다.
앞서 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20일 대통령 경호처 부속청사에서 김 여사를 상대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조사했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의혹으로 고발된 지 4년여 만에 비로소 조사가 이뤄졌는데 이 총장에게는 뒤늦게 보고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총장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또 김 여사측 제안에 따라 검찰청사가 아닌 경호처 부속청사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수사 검사들이 조사에 앞서 휴대전화를 제출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특혜 조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도 23일 선출 직후 김 여사 조사에 대해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는 과정 등에 대해 국민께서 조금 부족했다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며 “검찰이 수사 원칙을 정하는 데 있어 더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 여사 조사를 놓고 야권을 물론 여당에서도 비판이 제기되지만 검찰은 진상 파악을 놓고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총장이 진상 파악을 지시한 건 22일이다. 이 총장은 이날 이 지검장을 불러 김 여사 조사 경위를 보고 받고 강하게 질책한 뒤 대검 감찰부에 총장 보고가 누락된 경위 등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대검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차원일 뿐 감찰 착수 단계는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수사팀은 반발했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수사를 담당한 김경목 부부장검사는 “열심히 수사한 것밖에 없는데 회의감이 든다”며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지검장이 진상 파악 연기를 요청한 것도 이같은 일선의 분위기까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 조사경위 진상 파악을 둘러싼 대검과 중앙지검의 갈등이 확대될 지는 불투명하다.
대검 관계자는 “절차는 계속 진행 중”이라면서도 “중앙지검과 잘 조율해가면서 진상 파악을 천천히 진행해가려 한다”고 말했다.
중앙지검도 진상 파악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고 관련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만 시기를 미뤄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사의를 표명한 김 부부장 검사와 관련해서도 이 총장은 “진상 파악이 성실히 일한 검사에게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표가 올라오더라도 반려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진상 파악을 둘러싼 갈등이 정리된다고 해도 김 여사에 대한 사건 처분 과정에서 또 다시 충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내 갈등이 법무부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총장은 이 지검장의 대면보고를 받은 뒤 대검 참모 회의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지휘권 복원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지난 5월 검찰 인사를 둘러싸고 박 장관과 부딪쳤던 상황도 거론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극도로 제한적이어야 하는데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복원하라는 장관의 지휘도 수사지휘권 발동에 해당한다”며 수사지휘권 회복 요구를 일축한 바 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