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완전승리 전엔 타협없다”
5천명 항의시위 속 미 의회 연설 … 민주의원 50여명 불참, 펠로시 “최악 연설”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가자지구 휴전 협상 타결을 바라는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4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연설에서 하마스에 대한 “완전한 승리”를 다짐하며 미국의 신속한 군사 지원을 촉구하는 등 공격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의사당 밖에서는 5000명이 시위대가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50여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네타냐후 총리 연설에 불참하며 항의의 뜻을 표시했다. 행사를 주재했어야 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선거 유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오후 2시께 워싱턴 DC 의사당에서 진행한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군사 능력과 가자지구 통치를 소멸시키고 모든 인질을 집으로 데려올 때까지 싸울 것”이라면서 “그것이 완전한 승리이며 우리는 그 이하로 타협(settle)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협상과 관련, “우리는 이들의 석방을 확보하기 위해 집중적인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일부는 현재도 진행 중”이라면서 “나는 이 노력이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하마스가 항복하고 무장을 해제하며 인질을 돌려주면 전쟁은 바로 끝날 수 있다고 해 하마스와의 외교적 타협보다는 군사적 성공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는 하마스와 전쟁을 “문명간 충돌이 아니라 문명과 야만의 충돌”이라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 우리가 함께 할 때 우리는 이기고, 그들은 패배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마스의 배후에는 이란이 있으며 이란의 주적은 미국이란 점을 강조한 뒤 “우리의 적은 미국의 적이며 우리의 싸움은 여러분의 싸움”이라면서 “우리의 승리가 여러분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어 “미국의 신속한 군사 지원은 가자지구의 전쟁을 신속하게 끝낼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중동 역내에서 확전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에 신속한 군사 지원을 요청하면서 사용한 문구를 거론하면서 “우리에게 도구를 빨리 주면 우리는 일을 더 빨리 끝낼 수 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에 사의를 표명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반세기의 우정에 감사하다”고 했고,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거명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모든 일에도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가자지구 내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가자지구 내 라파 작전시 민간인 피해자가 “실질적으로는 없다(practically none)”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주민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한 것이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연설에서 반이스라엘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향해 “강간범과 살인자 편에 서 있다.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란이 반이스라엘 시위에 자금을 지원한다는 점 등을 언급한 뒤 시위대에 “여러분은 공식적으로 이란에 유용한 바보가 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50명이 넘는 민주당 의원들이 네타냐후 총리 연설에 불참하며 항의했다. 불참 대열에 합류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의회 연설의 특권을 부여받고 초청받은 외국 고위 인사 중 최악의 연설”이라고 비판했다. 합동연설에 참여한 민주당 의원들 중 일부는 네타냐후의 연설 중에 ‘전범’ 등의 문구가 쓰인 작은 손팻말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미국 의사당 밖에서는 5000여명의 시위대가 집결해 네타냐후 총리를 ‘전범’,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학살) 총리’로 부르면서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영화배우 수잔 서랜든도 시위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 통제선을 벗어나면서 경찰은 최루 가스를 뿌리기도 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