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은 ‘사전’, 총장엔 ‘사후보고’
중앙지검장, ‘김 여사 명품백 조사’ 보고 받고
3시간 지나 총장에 알려 … 진상 파악 불가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조사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이 명품가방 수수 의혹 조사를 시작한다는 사실을 당일 오후 8시 이전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지휘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이 수사 지휘권자인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보고한 것보다 3시간 30분가량 앞선 시점이다. 조사 장소가 통신이 제한된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여서 이 총장에 대한 보고가 늦어졌다는 기존 서울중앙지검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20일 김 여사를 상대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조사를 마친 뒤인 오후 7시 40분경 이 지검장 등 지휘부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 조사를 시작한다는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1시 20분경까지 약 12시간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다. 오후 6시 30분경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가 먼저 이뤄졌고, 저녁식사를 한 뒤 오후 8시부터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다.
수사팀이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조사 사실을 보고한 건 조사가 시작되기 전이었다. 하지만 이 지검장이 이같은 사실을 대검에 보고한 시각은 조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인 오후 11시 16분경으로 수사팀이 보고했다고 밝힌 시각으로부터 3시간 30여분이 지난 뒤였다.
수사팀은 명품가방 수수 의혹 조사 사실을 사전 보고했지만 이 총장에 대한 보고는 사실상 사후에 이뤄진 셈이다.
이 총장에 대한 뒤늦은 보고는 ‘총장 패싱’ 논란을 불렀다. 또 이 총장이 보고 누락 경위 등 진상 파악을 지시하고 수사팀이 이에 반발하면서 대검과 중앙지검이 충돌하는 양상으로까지 번졌다.
그동안 중앙지검측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경우 이 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배제돼 사전에 보고할 수 없었고, 조사과정에서 김 여사측이 명품가방 수수 의혹도 조사받기로 함에 따라 뒤늦게 이 총장에게 보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조사 장소인 경호처 부속청사의 통신이 제한돼 검사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했고, 중앙지검 지휘부와 실시간 소통이 어려웠다는 취지로도 해명했다.
하지만 수사팀이 조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중앙지검 지휘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총장 보고가 늦어진 경위에 대한 진상 파악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 이에 따라 대검 감찰부는 이 지검장 등 수사지휘부가 수사팀의 보고를 받고도 뒤늦게 이 총장에게 보고하게 된 경위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장이 중앙지검에 ‘김 여사측에서 제3의 장소 조사를 요청할 경우 즉시 보고하고 상의할 것’을 당부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점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중앙지검 관계자는 “명품가방 수수 의혹 수사팀이 외부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조사 준비를 위해 들어가면서 보고했던 것”이라며 “조사가 개시되고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시점에 총장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한편 진상 파악을 놓고 정면 충돌로 치닫던 대검과 중앙지검의 갈등은 일단 가라앉는 모습이다. 대검 감찰부는 24일 “중앙지검 수사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상 파악 절차를 차분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총장이 지시한 진상 파악에 대한 수사팀의 반발을 일부 수용하는 모습을 취한 것. 대검은 또 조사 대상에서 수사팀을 제외하고 이 지검장과 1·4차장으로 한정하기로 했다.
진상 파악에 반발해 사표를 냈던 김경목 부부장검사도 다시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이 총장이 직접 김 부부장검사에게 사직 의사를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