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러 불러 모은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2024-07-26 13:00:04 게재

미얀마 군사정권도 참석

미얀마·남중국해 등 논의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 외교 수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지역 안보현안을 논의하는 아세안 외교장관회의가 25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개막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조태열 외교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비롯해 일본, 호주와 북한, 몽골 외무장관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 의장국인 라오스의 살름사이 꼼마싯 외교장관은 이날 개회 행사에서 “빠르고 복잡한 지정학적·지리경제학적 변화를 고려해 아세안의 중심과 단결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크고 작은 나라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면서 “이는 우리 지역에 도전이자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AP·교도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세안 회원국 외교장관들은 26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 미얀마 내전 사태를 우선으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2021년 4월 아세안과 미얀마 내 폭력 중단 등 5개 항에 합의하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그간 아세안 고위급 회의에서 배제돼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정치적 인사인 아웅 쪼 모 미얀마 외교부 사무차관을 회의에 보내 회의 참석이 성사됐다.

이로써 미얀마 군사정권은 지난 1월 외교장관회의, 3월 국방장관회의에 이어 3번째로 아세안 주최 국제회의에 참석하면서 아세안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지난해 10월 이후 반군 공세에 밀려 북동부 샨주와 서부 라카인주 다수 요충지를 뺏기는 등 수세에 몰려 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한 동남아 국가 외교관은 미얀마가 아세안 외교에 다시 참여하려는 것은 “군사정권 입지가 약해졌다는 신호”라고 AFP통신에 전했다.

또 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 다수 아세안 회원국이 중국과 맞선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도 주요 관심사다. 그간 아세안은 남중국해에서 충돌을 방지하는 남중국해 행동 강령 초안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과 협의해와 이번 회의에서 진전이 있을지 주목된다.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 이어 27일에는 아세안 10개국에 한국·미국·중국·러시아·일본·호주·북한·인도·유럽연합 등을 더해 총 27개 나라가 참여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정부 간 다자안보포럼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린다.

주요국이 아세안회의에 대거 참여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동남아시아의 전략적 위치와 회원국들의 경제적, 외교적 영향력이 결합되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세안 10개국의 GDP 합산액(PPP 기준)은 10조달러를 넘어, 세계에서 5번째로 큰 경제규모를 자랑한다. 또 450만 평방킬로미터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인구는 6억명이 넘는다.

장병호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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