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표 손으로 넘어간 ‘채 상병 특검법’
재투표 또 부결 … “여당 반대 통과 어려워”
한 대표 ‘제3자 추천안’ 야당도 호응 가능성
친윤 “당내 다수가 반대, 한 대표 철회할 것”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검법’이 25일 국회 재투표에서 또 부결됐다. 지난 5월 말 부결 이후 두 번째다. 정치권에선 108석을 가진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반대하는 상황에서는 특검법 통과가 어렵다고 본다.
특검법 수정안(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제시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손에 특검법의 운명이 달렸다는 관측이다.
25일 국회는 ‘채 상병 특검법’을 재투표했지만 찬성 194명, 반대 104명, 무효 1명으로 부결됐다. 거부권이 행사된 특검법이 통과되려면 재적 의원(300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가운데 8명이 이탈해야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8월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다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민의힘에서 8명이 이탈하기를 바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한 대표의 수정안으로 절충하는 플랜 B를 고심하는 눈치다. 야당이 플랜 B를 고민하는 건 한 대표의 수정안으로 절충하면 국회 가결이 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표면적으로는 “절충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은 26일 “민주당은 보다 강화된 해병대원 특검법을 즉각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지난 24일 “(특검법에 대한 당내) 이견을 좁히는 토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당론은 공수처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특검 추진 여부를 검토하자는 것이지만 사실상 특검 반대에 가깝다. 한 대표는 당론과 배치되는 자신의 특검법을 당내 토론에 붙이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가 당내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특검법을 추진한다면 야당과의 협상을 거쳐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대표 손에 특검법의 운명이 달렸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자신의 특검법을 실제 추진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미래권력 이미지로 당 대표에 오른 한 대표가 여론이 찬성하는 특검법을 외면할 수 없다는 논리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조사(22~24일, 전화면접,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찬성 58%, 반대 30%로 나왔다.
다만 한 대표가 자신의 특검법을 성사시킨다면 특검법 자체를 반대하는 윤 대통령과 친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친윤에서는 “한 대표가 특검법을 추진한다면 더 이상 함께하기 힘들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한 대표가 토론을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토론을 자신의 특검법 철회의 명분으로 삼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대표 측근인 장동혁 최고위원은 2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오늘 만약에 채 상병 특검이 부결된다면 저는 제3자 특검에 대한 논의를 굳이 이어갈 실익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특검법 유보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대통령실과 친윤도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특검법을 굳이 추진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를 내비친다. 친윤 인사는 26일 “한 대표가 토론을 거쳐 특검법을 검토하겠다고 한 건 추진을 포기하겠다는 말 아니겠냐. 토론에서 절대다수가 반대하면 그걸 명분 삼아 특검법 공약을 자연스럽게 철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