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번엔 헤즈볼라와 전면전?
골란고원 ‘축구장 공격’으로 불붙어 … 이스라엘 보복 다짐에 서방은 자제 촉구
이스라엘군은 28일(현지시간) 레바논의 차브리하, 보르즈 엘 크말리, 베카, 킬라, 랍 엘탈라틴, 키암, 타이르 하르파 등 여러 마을에서 무기 저장고와 인프라 등 헤즈볼라의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오후 미국에서 조기 귀국했고, 이날 오후 6시로 예정된 이스라엘의 안보 내각 회의 이후 더 강력한 대응이 예상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타임오브이스라엘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안보내각은 이번 로켓 공격에 대한 대응을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에게 위임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의 주체로 헤즈볼라를 지목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헤즈볼라가 모든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자위권을 행사해 학살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고, 갈란트 국방장관은 “헤즈볼라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도 이날 골란고원을 방문해 “축구장 벽의 로켓 잔해 조사 결과 53㎏의 탄두를 장착한 헤즈볼라의 팔라크 로켓으로 확인됐다”며 “군은 북쪽 전투의 다음 단계를 위한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번 로켓 공습이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더구나 어린이와 청소년 12명의 사망을 비롯해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만큼 강력한 보복공격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헤즈볼라 역시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미국과 서방은 헤즈볼라의 공격은 비난하면서도 전면전으로 번지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8일 성명을 통해 “민간인, 특히 어린이들이 중동 지역을 괴롭히고 있는 끔찍한 폭력의 짐을 지속해서 부담해선 안 된다”면서 “블루라인(이슬라엘과 레바논의 국경)을 넘나드는 공격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일본 도쿄에서 기자들에게 “자국민을 테러리스트의 공격에서 보호할 이스라엘의 권리를 지지한다”면서도 “이스라엘 정부와 대화하고 있으며 이번 충돌이 악화하거나 확산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 공격은 레바논 헤즈볼라에 의해 수행됐다”면서도 “미국은 블루라인을 따라 모든 공격을 종식하고, 양측 민간인들이 안전하게 자신들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외교적 해법을 도출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도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번 공격을 비난하면서도 “분쟁으로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며 냉정한 대처를 주문했고,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은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공격을 멈춰야 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프랑스 외무부도 이날 성명에서 “새로운 확전을 피하기 위해 모든 조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유럽연합(EU) 외교수장 격인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번 공격에 대한 독립적 국제조사가 필요하다면서 “모든 당사자가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해 확전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집트는 외무부 성명으로 확전 위험을 우려하면서 레바논과 미국 정부에 각각 헤즈볼라, 이스라엘에 대해 자제를 촉구해달라고 당부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우리는 주체와 무관하게 민간인에 대한 모든 테러를 규탄한다”면서도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습격 뿐 아니라 (민간인을) 대량학살한 이스라엘의 국제인도법 위반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헤즈볼라의 후원자인 이란은 이스라엘에 경고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의 무지한 행동은 전쟁의 범위와 역내 불안을 키울 수 있다”며 “어리석은 모험에 대한 예기치 못한 결과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저지른 대규모 범죄에서 세계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헤즈볼라를 모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공격을 받은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시리아로부터 점령한 땅으로 이슬람교 시아파 분파인 드루즈파를 믿는 시리아계 주민과 이스라엘 정착민이 거주한다. 이스라엘은 1981년 골란고원법을 제정해 자국 영토로 병합했지만 국제사회에서 영토로서 인정받지는 못해 이스라엘과 레바논, 시리아의 무력 공방이 빈번했던 뇌관이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