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마두로, 3선이냐 정권교체냐
베네수엘라 대선 투표 종료
남미의 대표적인 반미국가 베네수엘라에서 임기 6년의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가 28일(현지시간) 종료됐다.
인구 2800만명인 베네수엘라의 유권자 수는 2139만여명이다.
이번 대선에는 3선에 도전하는 집권당의 니콜라스 마두로(61) 대통령과 중도우파 민주 야권 연합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74) 후보를 비롯해 10명이 출마했다.
일찌감치 마두로 대통령과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 간 2파전 양상으로 진행된 이번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베네수엘라의 미래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 미주대륙 전역에 미칠 파급력이 클 전망이다.
우루티아 후보는 야권의 대표적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아 마차도 전 국회의장의 사실상 대리인이다. 마차도는 지난해 10월 야권 대선 후보로 선출됐지만 올 1월 마두로 정권은 그가 “미국의 베네수엘라 제재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피선거권을 박탈했다. 이에 마차도의 지지를 등에 업은 우루티아가 민주 야권의 후보로 출마했다.
마두로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1999년 집권해 2013년 사망한 뒤부터 그의 후계자로 11년 넘게 집권했다. 이 기간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 경제는 끝없이 추락했다. 2018년엔 6만%가 넘는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국제사회의 제재로 경제 근간인 석유 생산도 타격을 입었다.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다 다른 나라로 이주한 베네수엘라인은 800만명에 이른다.
두 후보가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승리를 장담하는 가운데 투표 열기는 뜨거웠다. 베네수엘라 일간 엘나시오날과 엘우니베르살은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전날 밤부터 투표 행렬이 만들어졌다고 보도했다.
마두로는 좌파 민족주의 포퓰리즘을 기반으로 한 정책 기조를 이어가는 한편 미국 제재 극복을 통한 경제난 타개와 정유시설 현대화 등을 약속했다.
외교통인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는 변화와 통합, 화해의 메시지를 지속해서 발산하며 일자리 창출과 사회기반시설 확충, 민간기업 활성화 등을 공약했다.
투·개표 진행 과정에 별다른 돌발 상황이 없다면, 당선인은 이르면 오후 11시(한국시간 29일 정오) 전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일각에선 마두로 대통령의 ‘패배하면 피바다’ 발언에 비춰볼 때 여당을 중심으로 선거 불복 운동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선거 결과는 불투명하다”면서 “마두로 정부는 승리를 확신하고 있으며 패배하더라도 권력을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야당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 마두로가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고 퇴진 협상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마두로가 감옥으로 직행하지 않도록 법적 인센티브와 제재 완화를 제공함으로써 협상 성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