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길 셈법 복잡해진 최상목 부총리…경제 현안과제 산더미

2024-07-29 13:00:02 게재

G20재무장관회의 참석 중이던 브라질서도 연일 화상회의

티몬 사태 소비자 피해구제에 상공인 줄도산 위기 대응해야

세법개정안 발표했지만 ‘부자감세’ 비판에 국회 통과 ‘깜깜’

장마·폭염에 장바구니 물가 ‘비상’ … 기름값·공공요금 ‘들썩’

주요 20개국(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브라질을 방문했던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귀국했다.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일주일여 만에 국내에서는 만만찮은 경제현안들이 쌓이고 있어서다.

당장 최 부총리 출국 뒤 발발한 티몬·위메프 사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최 부총리가 브라질 현지에서 부랴부랴 영상회의를 열고 신속 대응을 지시했을 정도다. 우선 소비자 피해구제가 발등의 불이다. 뿐만 아니라 6만여개에 이르는 거래 기업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상당수가 영세 소상공인들이다.

최 부총리가 출국 직전 발표한 세법개정안의 국회 통과도 큰 부담이다. 상속법 개편을 포함한 세법개정안은 발표 이전부터 ‘부자감세’ 비판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은 공식적으로 ‘거부’입장을 표명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장마·폭염과 함께 찾아온 장바구니 물가관리도 기재부가 고심하는 대목이다. 여기에 국제유가 흐름과 무관하게 국내 기름값까지 들먹이고 있다. 공공요금 역시 하반기 물가의 최대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 세법 개정안과 관련한 질문을 받던 도중 정정훈 세제실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어디로 튈지 모르는 티몬 사태 = 티몬·위메프 사태 파장이 도미노처럼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 피해 뿐만 아니라 자칫 경제 전반에 ‘줄도산’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티몬·위메프의 입점 업체에 대한 대금 정산이 지연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1일. 396억원가량의 대금이 정산 지연된 것이다. 하지만 입점 판매자들이 이탈하고 소비자 환불사태로, 매출이 급감, 유동성이 더 악화됐다. 일각에선 이번 미정산 사태가 더해지면서 무너진 신뢰가 다시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정부도 긴급대응에 나섰다. 지난 25일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티몬·위메프 판매 대금 미정산 문제 관련 관계부처 긴급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이어 정부는 이날 김범석 기재부 1차관 주재로 관계부처 TF 2차 회의를 열었다. 1차 회의에서는 소비자 피해구제 방안, 2차 회의에서는 거래 소상공인 보호대책을 중점 논의했다.

하지만 문제는 최대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티몬·위메프 판매자 미수금의 행방을 찾지 않고서는 소비자와 거래 기업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소비자 피해나 거래 기업에 대한 대출 지원을 넘어서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금융당국이 미수금 추적을 서둘러야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번 사태의 주체가 국내가 아닌 싱가포르에 적을 둔 ‘큐텐그룹’이란 점에서 정부의 ‘미수금 행방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큰 상황이다.

◆부자감세 비판 직면한 세법개정안 = 2025년도 세법 개정안 국회 처리 역시 최상목 부총리가 해결해야 할 큰 숙제다.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당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거부 입장을 공식화했다. 상속세법과 최대주주 할증평가·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을 ‘부자감세-서민증세 악법’으로 판단해서다.

정부는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9월 열릴 정기국회에 세법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회 본회의 상정 전 마주하게 될 첫 관문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통과부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 기재위 위원들이 세법개정안 발표 직후 “부자의 세금부담을 줄여주는 게 목표인 세법개정안을 거부할 것”이란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민주당 기재위 의원들은 “상위구간 과표를 조정하고 최고세율을 40%로 낮추는 게 서민·중산층과 무슨 관계인가”라고 지적했다. 야당은 최대주주가 상속하는 주식 가치를 20% 높게 평가하는 할증평가 폐지 방침에 대해서도 부의 대물림을 심화한다며 거부 방침을 세웠다. 다만 정부 세법개정안 중 ‘공제 확대’에는 정부와 야당이 공감대를 이룰 가능성이 있다. 차이라면 정부는 다자녀 가구 지원 확대를 위해 자녀공제를 5억원까지 확대하자는 입장이고, 야당은 자녀공제보다 감세효과가 덜한 일괄공제 두 배 상향(현행 5억→10억원)을 주장하고 있다.

◆공공요금, 하반기 물가 복병 = 한동안 안정세를 찾아가던 물가관리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이상기후 여파로 채소와 제철 과일 가격이 오르면서 장바구니 물가가 꿈틀대고 있어서다. 여기에 기름값과 공공요금도 하반기 물가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29일 기재부에 따르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둔화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2~3월 3.1%를 기록한 뒤 4월 2.9%, 5월 2.7%, 6월 2.4% 등 3개월 연속 내렸다.

문제는 최근 장마와 폭염에 따른 장바구니 물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평균 적상추(소매) 가격은 100g당 1606원으로 전월(953원)보다 치솟았다. 배추 가격도 1포기당 4716원으로 전월(3599원) 대비 올랐다. 장마 뒤 찾아올 폭염 역시 장바구니 물가를 끌어올릴 복병이다.

유류세 감면율 하향조정과 국제유가 흐름도 부담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지난 25일 기준 이달 배럴당 평균 84.65달러를 기록, 지난달(82.56달러) 대비 2.09달러 올랐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1일부터 8월 31일까지 휘발유에 대한 유류세 인하율을 기존 25%에서 20%로, 경유에 대한 인하율은 37%에서 30%로 축소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공요금 역시 하반기 물가의 큰 변수다.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 공공기관들은 그동안 요금 동결로 악화한 재무구조의 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당장 서울 지하철 등 수도권 교통요금도 하반기 인상을 앞두고 있다. 정부도 물가의 단기적 상승 가능성을 열어 놓은 상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경제장관회의에서 “기상이변과 기저효과 등으로 7월은 물가가 일시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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