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차장 임명 ‘하세월’
임명 제청 20일 되가는데 ‘인사검증 중’
공석 6개월 ‘채상병’ 수사 힘빼기 관측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차장 자리가 반년째 공석이 되면서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 등 주요 사건 수사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동운 공수처장이 검찰 출신 이재승 변호사를 임명 제청한 지 20일 가까이 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미루고 있어 공수처 힘을 빼기 위해 의도적으로 늦추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차장 자리는 지난 1월 28일 여운국 1기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서 공석이 된 지 6개월이 됐다.
공수처 차장은 처장을 도와 공수처의 조직과 수사를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자리다. 그런 자리가 반년째 부장검사 대행체제로 운영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오 처장이 이달 10일 이 변호사를 공수처 차장에 임명해달라고 제청한 지 20일 가까이 되도록 윤 대통령은 임명안 재가를 하지 않고 있다.
1기 공수처에서 여 전 차장이 임명 제청된 지 하루 만에 임명됐던 것과 대비된다.
이렇다보니 윤 대통령의 임명안 재가가 지연되는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등 정권에 부담이 되는 수사를 하다보니 의도적으로 힘을 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공수처 인사위원회 위원인 이창민 변호사는 지난 26일 공수처 차장 임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이 변호사 임명을 제청했지만 임명안 재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은 공수처가 수사 중인 채 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의 잠재적 수사 대상이므로 대통령이 공수처 차장 임명을 의도적으로 늦추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공수처 차장 임명이 너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특히 차장 자리가 6개월간 공석으로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대통령은 하루라도 빨리 공수처 차장을 임명해 공수처를 안정화·실질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21대와 22대 국회에서 넘어온 ‘채 상병 특검법’을 재의요구하며 공수처에서 수사하고 있는 사안이라는 점을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특별검사는 공수처 등이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의 공정성 또는 객관성이 의심되는 사안에 한해 보충적·예외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2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 25일 국회 재의결에서 부결돼 폐기된 바 있다.
이처럼 정부와 여당이 특검에 반대하며 공수처 수사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공수처 수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차장 자리는 공석이 이어지면서 수사차질이 우려된다. 공수처법상 검사 정원은 25명이지만 현재 공수처 검사는 처장을 포함해 19명에 그친다.
특히 채 상병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4부는 검사 6명에 불과한데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의 당사자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의 변호를 맡았던 검사가 회피신청을 하면서 수사인력이 줄어든 상태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를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18일 공수처를 방문해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당이 공수처가 제대로 수사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고 사건을 빨리 검찰로 넘겨 혐의자들을 불기소 처분하려는 밑작업을 그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공수처 지휘부 늑장 임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김진욱 1기 처장 후임으로 지난 2월 29일 2명의 후보자를 추천했지만 윤 대통령은 약 2개월이 지난 4월 26일에서야 오 처장을 지명한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수처 차장에 대한 인사검증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본홍 이재걸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