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부정선거 논란…우호국도 냉담
‘마두로 당선’ 발표에 수천명 거리시위 … 주변국들, 개표 재검토 요구 움직임
베네수엘라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브라질을 비롯해 중남미 주변국들은 선거 결과에 대한 논평을 유보하거나 국제사회에 긴급회의를 요청했고, 베네수엘라 정부는 선거 승리에 의문을 제기한 아르헨티나 칠레 등 중남미 7개국 외교관을 자국으로 철수시키며 맞서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일간 엘나시오날, 영국 BBC방송 스페인판(BBC문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을 종합하면 전날 치러진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소에 몰린 유권자들을 신분 확인을 이유로 시간을 끌거나 투표소 입장 인원을 제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BBC문도는 “일부 사람들이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게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국제 참관단의 투표소 방문이 임박하자, (당국이) 갑자기 150명가량의 투표소 입장을 허용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현지매체는 일부 투표소에 마두로 대통령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고 전했다.
개표 기기에서 집계 결과지를 출력하지 않은 채 수기 또는 구두로 득표수를 기록하는 경우도 보고됐다고 야권은 밝혔다.
중도보수 성향 민주야권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74) 후보 측은 이날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아침까지 개표 결과의 40%에 해당하는 데이터만 확보할 수 있었다”며 선관위의 ‘깜깜이 개표’와 선거 부정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민주야권 측은 “대선에서 우리가 승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방 언론들은 차량을 동원한 여당의 유권자 실어 나르기, 무료 먹거리 제공, 투표 방법을 가르쳐 준다는 명목하의 대리 기표 등 의혹도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성난 시민 수천여명이 거리로 나와 ‘마두로 당선’ 결과 발표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내 소중한 한 표를 훔쳐갔다”라거나 “이 정부는 무너질 것”이라며 마두로 정부와 선거당국을 성토하는 구호를 외쳤고, 경찰은 이들을 향해 최루가스를 쏘며 해산에 나섰다.
국제사회의 비판과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를 비롯한 우파 성향 중남미 9개국 정부는 미주기구(OAS)에 베네수엘라 대선 개표 결과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기 위한 긴급 이사회 소집을 요청했다.
평소 마두로 정부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온 ‘남미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행정부는 마두로에 대한 축하 인사 없이 “우리는 개표 과정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결과에 대한 공정한 검증을 통해 국민 주권의 기본 원칙이 준수돼야 함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역시 좌파 성향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역시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평화적인 선거일이 된 것은 환영하지만, 선거에 대한 논평은 개표 결과를 지켜봐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에 선거 참관단을 파견한 미국의 카터센터는 이날 성명에서 “당국이 투표소별 개표 결과를 즉시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며 “선관위에 표준 양식으로 전송된 정보는 우리의 평가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모든 베네수엘라 국민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베네수엘라 검찰은 일부 개표 시스템 장애 사실을 공개하며 “북마케도니아에서의 해킹 시도를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사건이 야권 후보(곤살레스) 측을 돕기 위한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라면서 민주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6)를 비롯한 주요 인사의 연관성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