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위한 통합돌봄 지원
통합돌봄, 장애계 오래된 미래…“이젠 시작”
지역 생활 가능하게 의료-돌봄 연계 지원체계 필요 … “노인 통합돌봄 성과, 장애인으로 확장할 때”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 등을 위한 지역사회통합돌봄 지원은 시대의 과제가 됐다. 정부와 지자체는 노인과 장애인이 살던 곳에서 생활을 온전히 할 수 있도록 기존 의료-요양-돌봄-복지-주택 등 서비스를 이용자 맞춤형으로 통합 제공해야 한다. 관련해서 지난 정부 때부터 통합돌봄 선도사업을 시행하고 이번 정부 들어 노인통합돌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초고령화 문제 극복을 위한 정부의 방향 제시와 제도 지원 그리고 지자체의 노력 덕분에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통합돌봄지원의 지속성을 위한 서비스체계 구축에 성과가 두드러진다. 향후 전국 사업화에 기대가 높아진다. 하지만 그간 선도사업에서 추진됐던 장애인(제주-대구남구)과 정신질환자(경기 화성) 대상 활동은 전국으로 확산되지 않았다. 게다가 정부는 장애인 건강주치의사업,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요양-돌봄 등 서비스 연계 차원의 통합돌봄 접근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애인건강주치의사업은 의료 중심이고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사업은 최중증으로 한정된 데다 사업명과 달리 일상생활 돌봄 지원 위주다. 통합돌봄을 제공할 수 있으려면 서비스 전달체계가 갖춰져야 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이용자들이 거주하는 지역단위에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관련해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서 온전히 생활할 수 있게 하는 통합돌봄체계 구축을 위해 짚어야 점들을 나눈다.
한국 사회정책에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이 미친 영향은 적지 않다. 병원이나 시설 등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 한계를 인식하고 서비스 이용자들의 지역과 사는 집을 중심으로 의료 요양 복지 돌봄 등 연계서비스 전달체계를 만들기 위한 동기부여가 됐다.
뿐만 아니라 이제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보건복지부의 중심 의제로 자리 잡았다. 지난 2월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통과된 것도 큰 성과 중 하나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성과만큼이나 한계점도 많이 노출됐다.
◆정부 통합돌봄에서 장애인사업 성과·경험 미확산 = 그동안 정부의 통합돌봄사업은 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을 위한 경험이 충분히 축적되지 못했다. 보건의료기관의 참여도 미흡한 편이다. 장기요양보험 제도의 인프라가 장애인 건강돌봄에 어떻게 어디까지 활용될 수 있는지도 불명확하다. 지방정부가 주민의 돌봄요구에 응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높아졌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보건과 복지를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 직제와 업무의 재구조화는 이루지 못했다.
이렇듯 한계점은 많지만 한계는 곧 그 자체로 성과이기도 하다. 장애인을 위한 통합돌봄을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시행하고자 할 때, 어떤 한계가 있는지 이렇게 드러내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개선하고 극복할 것이 무엇인지 가시화할 수 있는 것은 큰 성과이자 희망이다.
통합돌봄이 어려운 이유는 대부분 사업 실패가 아니라 체계의 실패이다. 사업 모형은 보건과 복지가 그리고 의료와 돌봄이 잘 연결되는 시나리오로 짜여 있다. 하지만 연계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분절적으로 두 체계로 발전해 온 보건의료와 사회서비스를 연결한다는 것은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다.
재정과 서비스 인력 정보 등 거시적 그리고 중시적 수준에서 오래된 균열을 해소하지 못하면 어떤 이름의 새로운 사업도 지금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19년 6월 시작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은 2022년 끝나고 2023년 7월부터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을 다시 시작해 2년 6개월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새로 시작한 시범사업은 ‘노인’대상으로 한정하면서 그동안 지역에서 부딪히며 깨달은 장애인 통합돌봄 속 체계 실패의 극복 방안을 모색할 기회를 잃었다. 또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기회도 놓쳤다.
물론 노인과 장애인의 돌봄은 그리 많이 다르지 않다거나 장애인 중 절반이 노인이라거나 하는 설명을 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을 위한 통합돌봄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할 것, 분명하게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통합 돌봄은 받은 사람이 얼마나 만족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제도화 되느냐도 중요하다. 그만큼 지역에서 자리 잡아 정착되기까지 사회문화적 노력도 필요하다. 장애인 건강주치의는 장애인 당사자의 만족을 이끌 만큼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할지, 제도설계를 다시 해야 할지 많은 토론을 해야 한다.
◆장애인 위한 의료체계도 부실하고 서비스는 희소 = 장애인 의료전달체계 자체 문제도 있다. 회복기 재활과 지역사회 재활서비스는 희소하고 다양성도 적다. 장기간 신체적 사회적 정신적 재활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여러 전문가의 소통과 정보 교류를 통한 연속성인데, 사례관리를 누가 어디에서 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와 보건소 지역사회중심재활사업은 지역 보건의료복지의 허브 기능을 담당할 것인지, 민간과 공공기관이 지역을 중심으로 서로의 역할을 합의해 가고 있는지, 장기요양 보험과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간 서로 정합성을 맞추려고 하고 있는 것인지, 수많은 질문에 답을 달 수 있도록 한계 없이 논의할 장이 필요하다. 시범사업을 꾸준히 규모있게 진행해야 여러 분야가 머리를 맞대어 연구하고 논의해 볼 수 있다.
인간은 모두 취약하다. 우리 모두는 돌봄에 힘입은 어느 엄마의 아이이다. 취약한 우리 모두를 외면하지 않는 인간애, 돌봄은 인간의 취약성과 의존성을 인정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실천적 가치를 가진다.
돌봄의 책임을 민주적으로 배합하도록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힘을 합하는 돌봄민주국가가 바로 우리의 꿈이다. 통합은 단순히 보건과 복지, 의료와 요양을 연결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활성화된 협력의 단위로 거듭나는 지역을 일구어 나가고 개인의 요구를 시의적절하게 인식하고 가까운 곳에서 해결하는 것도 통합이다. 가깝다는 것은 공간적 가까움과 관계적인 가까움을 모두 포함한다. 그러려면 사례관리 기능이 필요할 것이다. 이 모든 요소가 다 성취되어야 통합이라 일컫는다.
◆우선 서비스 개발·확대에 힘써야 = 돌봄과 통합의 의미를 장애인의 자립(自立)과 연립(聯立)에 실현하기 위해서 당장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우선 필요한 서비스의 개발과 확대부터 힘을 써야 한다. 예를 들면 미충족의료를 줄일 수 있도록 △의료이용시 교통지원 △급성기 치료 후 필수 일상생활 훈련과 재활을 포함한 전환기의료△ 퇴원 후 관리와 리에종 서비스(지역사회 복귀지원) △신뢰할 수 있고 경제적 부담도 없는 주치의 일차의료 서비스 △장애아동을 위한 학교 내 의료돌봄지원 △가까운 곳의 24시간 소규모 다기능 통합돌봄기관 △재택의료와 재택간호 △존엄한 임종을 위한 생애말기 돌봄 등등 이러한 서비스를 양적 질적으로 갖추어 나가는 것과 동시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탈시설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도 가져야 한다.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적 돌봄은 장애계에서는 오래된 미래이다. 오래된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돌봄과 통합의 올바른 가치를 우리 모두 공감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탈시설 주거결정권과 장애인의 삶의 번영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 △재정구조 재편 △서비스 전달체계 마련 △리더십과 거버넌스 정비 △인력개발 △정보통신기술 개발 △연구와 법령정비까지 할 일이 너무 많다. 장애계와 학계 전문가와 실무자 그리고 지역 주민이 다 같이 힘을 합쳐야겠다. 그 판을 깔아 주는 역할은 정부와 지자체의 몫이고 당연한 책무다. 당장 시작하자.
장숙랑 중앙대 적십자간호대 교수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학술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