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금리 일제히 연저점 하락
28개월 만에 3년물·5년물 2%대로 하락
금리인하 기대 ↑… 앞서가는 채권시장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국고채 3년물과 5년물 금리는 각각 26개월, 28개월 만에 2%대로 하락했다.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대되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이 10년물 선물 중심으로 순매수 규모를 확대한 영향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1.5~2회 인하 반영 =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046%p 떨어진 연 2.978%에 장을 마감했다.
2022년 5월 30일(2.942%) 이후 최저치다. 5년물 금리는 0.055%p 내린 연 2.990%로 2022년 4월 1일(연 2.942%) 후 처음으로 연 2%대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는 전일대비 0.062%p 하락한 연 3.046%로 장을 마쳤고 20년물은 연 3.030%(-0.052%p), 30년물은 연 2.942%(-0.051%p)를 기록하며 모두 연중 최저점을 경신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통화정책을 주로 반영한다. 올 들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월 말 3.552%로 최고치를 찍은 뒤 이달 초 3.2% 밑으로 내려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고 지적했지만 국고채 금리는 연일 하락세를 거듭하며 29일에는 3년 만기와 5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2%대까지 하락했다. 전일 금리는 현재 기준금리(3.5%)에서 1.5~2회 인하를 반영한 수치다.
채권전문가들은 미국과 한국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6일(현지시간) 발표된 6월 PCE(개인소비지출)이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면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연방준비제도의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100%를 기록했다. 뉴욕 채권시장 일각에서는 빅스텝(0.5%p) 인하 전망도 나온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연준이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4.75~5.0%로 0.5%p 내린다고 예상한 금리 선물 투자자가 13.8%로 1주일 전(4.1%)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이는 미국 국채 금리에도 반영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 국채 금리는 10년물이 연 4.1720%로 전일대비 0.023% 떨어지는 등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국고채 금리는 미국 국채 금리에 연동되면서 동반 하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고채 금리 조정 불가피 = 다만 시장 과열에도 불구하고 국채 금리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수급 쏠림에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3%를 하회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라며 “2%대 후반의 시장금리가 지속되려면 한국의 기준금리가 연 2.75%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당분간은 어렵다”고 말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5%인데 2번의 금리인하를 전부 반영한 수준으로 채권금리가 하락했다”며 “이는 WGBI 편입 가능성 등 수급적 여건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시장의 기대가 다소 앞서 나간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내 채권투자 환경은 양호한 상황이다. 미 연준의 연내 3회 인하 기대에 기반한 외국인 국채선물 순매수세가 지속고 있지만 향후 외국인 순매수는 약화 조짐이 보인다. 7월 물가 반등, 금통위 의사록 해석으로 추가 하락 제한도 예상된다.
박 연구원은 “추격매수 보다는 금리 반등 시 매수전략이 좋다”며 “현재는 기준금리 인하를 과도하게 반영한 시장금리 및 과도하게 축소된 신용스프레드가 부담스러운 구간”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