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상속공제, 세습수단 변질 막아야”
“승계보다 부의 이전 우려”
김영환 의원, 재정정책 토론회
정부가 가업상속·승계 세제특혜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공제 제도가 부의 무상이전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김영환 의원(민주당·경기 고양시정·사진)은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업상속공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토론회에서 “가업상속·승계를 위한 세제특혜의 적용범위와 공제한도가 확대되면서 가업승계라는 도입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의원과 민주당 오기형·김남근,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과 참여연대·경실련·복지재정포럼 등이 공동으로 개최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세법개정안 확대 계획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가업상속제 제도의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가업승계 제도는 1997년 ‘백년가게’의 유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공제 한도를 1억원으로 도입한 후 2024년 현행 600억원까지 최대 공제한도가 상향됐고, 정부는 1200억원까지 늘리는 계획을 내놨다.
유호림 강남대 교수(세무학과. 경실련 조세개혁위원장)는 발제문을 통해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 기술과 경영노하우의 효율적 활용 및 전수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1997년 제도 도입 후 공제한도가 600배 인상됐다”면서 “경제단체는 여전히 세율인하, 사후관리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조세공평을 저해하는 특례제도로 제한적 운영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가업승계 세제가 사후관리 완화 등으로 공익목적 규정이 형해화(내용 없이 뼈대만 남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제한도의 증가(1억→600억) 사후관리기간 단축(15년→5년) 업종변경 범위의 확대로 가업승계가 아닌 재산상속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적용대상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확대하는 추세가 이어지면 대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조세정의와 조세공평의 관점에서 보면 현행 가업승계세제는 입법목적과 취지를 일탈했을 뿐만 아니라 몇몇 시행령은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했다. 정부가 내놓은 가업상속 관련 세법개정안도 사실상 기득권 세습세제로 전락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토론자들도 가업이 아닌 세습 수단으로 변질될 것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가업의 요건과 공제대상 기업의 기준이 넓고, 공제한도가 너무 높은 데다 사후관리 요건을 지속적으로 완화해 일부 고액 자산가들에게 특혜를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김 사무처장은 “기존 가업상속공제가 어떤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는지를 분석한 보고서를 찾기 어렵다”면서 “최근 5년간 사후관리 위반으로 국세청이 상속세를 추징한 건수가 59건, 541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업상속공제 제도 취지에 맞게 대상을 비상장기업, 중소기업으로 축소하고 고유기술 등 사전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매출액 기준으로 제한하고 있는 가업의 범위를 자산규모까지 고려해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우 변호사(민변 복지재정위원장)는 “현행 규정에 부모가 사망해 가업을 승계받는 상속인은 승계 전 2년만 해당 가업에 종사하면 되며(특례를 인정 받고) 가업승계 이후 업종 변경도 대분류로 허용된다”면서 “제도의 도입목적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속세나 증여세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면서 △상속인 요건 강화(2년→10년 이상) △가업 외 수익요건 신설 △승계 이후 업종 변경범위 축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상장기업의 경우 가업상속이나 증여를 통한 가업승계를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