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베이루트 외곽 보복 공습
‘축구장 폭격’ 사흘 만에 헤즈볼라 직접 겨냥 … 유엔·미국 “전쟁 피해야”
이스라엘군은 30일(현지시간) 오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겨눠 보복 공습을 단행해 헤즈볼라 고위급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7일 이스라엘 점령지 골란고원 마즈달 샴스의 한 축구장이 폭격당해 어린이 12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지 사흘 만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베이루트의 남부 외곽 주거지역을 드론으로 공습했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에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오른팔이자 작전계획 고문인 푸아드 슈크르를 베이루트 지역에서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사이드 무흐산’으로도 불리는 그가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튿날부터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한 헤즈볼라의 공격을 지휘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27일 이스라엘 점령지인 골란고원 마즈달 샴스의 축구장을 폭격해 어린이 12명을 숨지게 한 장본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스라엘 언론 매체들은 ‘하지 모흐신’이라는 별칭이 있는 푸아드 슈크르가 이스라엘군의 베이루트 폭격 목표물이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일간 하레츠는 그가 1983년 베이루트에 주둔하던 미군 해병대 막사에 폭탄 테러를 자행해 미군 241명이 숨진 사건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이 그에게 현상금 500만달러(약 69억2300만원)를 내걸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이 지난 1월 베이루트 외곽의 하마스 사무실을 드론으로 공습해 하마스 정치국 부국장 알아루리 등 6명을 제거한 바 있지만 가자전쟁 국면에서 베이루트의 헤즈볼라 목표물을 직접 겨눈 것은 처음이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레바논 국영 매체는 이번 공습에 대해 이스라엘 무인기(드론)가 쏜 로켓 3발에 여성 1명이 숨지고 68명이 다쳤다고 보도했고 AFP 통신은 최소 2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로이터 통신과 알자지라 방송 등은 헤즈볼라 소식통을 인용해 슈크르가 공습에도 죽지 않았다고 보도했으나 아랍 언론 알하다스는 그의 시신이 베이루트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전하는 등 생사여부에 대한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이스라엘이 베이루트를 공격하기 전 미국에 이를 알렸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한 고위 관리는 이번 공습으로 헤즈볼라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려고 했다며 “우리는 확전을 원치 않지만, 이는 헤즈볼라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고 CNN은 밝혔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을 두고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해 민간인을 살해한 범죄 행위”라고 비난했다.
또 헤즈볼라와 함께 중동의 반서방·반이스라엘 이슬람 무장세력을 이루는 ‘저항의 축’은 한목소리로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베이루트에서 악랄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레바논 정부는 군대를 동원해 이스라엘 정권의 공격에 저항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폭격이 “위험한 긴장 고조 행위”라고 지적했고, 예멘의 후티 반군은 “레바논 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고 언급했다.
국제사회는 확전을 우려하며 대응에 나섰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성명에서 헤니스플라샤르트 유엔 레바논 특별조정관과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이 전쟁 발발을 막고자 레바논과 이스라엘 양측에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국은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