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3선은 사기” 베네수엘라 민심 폭발

2024-07-31 13:00:01 게재

항의시위 속 11명 사망

중·러는 “마두로 지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3선 당선을 발표한 대선 개표 결과에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베네수엘라 민심이 폭발하는 양상이다. 30일(현지시간) 전국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군경이 무력진압에 나서면서 사망자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현지매체 등에 따르면, 인권단체 포로 페날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로 중계한 기자회견에서 “베네수엘라 대선과 관련한 시위로 이날 오후 4시 현재 11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했다”며 “이중에는 (미성년자인) 15살과 16살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포로 페날은 앞서 이날 오전 10시 기준 사망자를 6명으로 집계한 바 있다. 이 단체는 사망자들이 모두 ‘하루 만에’ 발생했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 군은 시위대의 폭력 행위로 장병 1명이 숨지고 경찰관을 포함해 48명이 부상당했다며 이번 시위가 ‘제국주의 미국과 그 동맹국의 지원을 받는 미디어 쿠데타’이자 ‘패배를 예견한 정치단체들의 사전 계획에 따른 증오와 비이성의 표출’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28일 대선 이후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3선을 확정 받은 마두로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모두 민주야권 측으로 돌리면서 “(야당 후보인) 에드문도 곤잘레스에게 모든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당국은 이번 시위를 ‘정부 전복’ 시도로 규정하고 관련자 체포에 나선 상태다. 타레크 윌리암 사브 검찰총장은 “소요를 주도하거나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 749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며 “권력에 저항한 만큼 경우에 따라선 테러 혐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야권 연합에 참여한 정당인 ‘볼룬타드 포풀라르’는 엑스에 “프레디 수페르라로 정책고문이 납치됐다”고 밝혀 야권 핵심 인사도 체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밤 민주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우리가 파악한 결과 우리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후보는 약 620만표를 확보해, 270만표에 그친 마두로에 압승했다”고 주장했다.

남미의 좌파 성향 정부인 브라질, 멕시코는 물론 우파 성향인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등 주변국 정부들과 미국이 상세한 투표 데이터 공개를 요구하며 마두로 정부를 압박하는 가운데, 정국과 러시아는 정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과 연임을 축하하는 전보를 보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린젠 외교부 대변인도 남미 주변국의 문제제기와 베네수엘라 내부의 항의 시위 등에 대한 질문에 “각 당사자는 응당 베네수엘라 인민이 내린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며 마두로 대통령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야당은 대선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친러시아’ 성향인 현 정권을 두둔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베네수엘라) 야당이 패배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고 이해한다. 그러나 그들은 대선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해 ‘반미·친러시아’ 성향인 베네수엘라 현 정권 편에 섰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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