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티메프 ‘자율 구조조정’ 기회 먼저 줄 듯
채권·자산 동결 … 내달 2일 회사대표 심문
자금조달 계획 및 채권자협의회 구성 관건
법원이 내달 2일 티몬과 위메프 두 회사 대표를 불러 기업회생 개시 여부를 심문한다. 또 이들이 신청한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 승인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자금조달 계획 등도 살핀다.
서울회생법원 회생2부(안병욱 법원장)는 30일 두 회사의 자산과 채권을 동결하고 기업회생 개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심문절차를 내달 2일로 지정했다. 티몬은 오후 3시, 위메프는 오후 3시 30분으로 각각 결정됐다.
서울회생법원에서는 2021년부터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이거나 부채액이 3000억원이 넘는 사건은 법원장이 직접 심리한다. 이 사건은 두 가지 조건에 모두 부합해 안병욱 법원장이 직접 재판장을 맡게 됐다.
심문에는 류광진 티몬 대표이사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가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채무자회생법은 회생 신청이 들어오면 법원은 채무자 본인이나 그 대표자를 심문해야 한다. 만약 두 회사의 대표자가 출석하지 않으면 심문기일은 연기된다.
심문 사항은 △대표자의 인적 사항 △채무자의 개요 △관계회사의 현황 △자산 및 부채 현황 △회생절차 신청의 이유 등이지만 두 회사가 신청한 ARS 프로그램과 관련한 계획도 함께 살피게 될 것으로 보인다.
ARS 프로그램을 신청할 때는 이를 통해 진행하려는 자율 구조조정의 내용과 협의 상대 채권자, 협의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출해야 한다. 앞서 두 회사는 구조조정 펀드 등을 통한 자금조달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회사의 모회사인 큐텐 구영배 대표는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겠다”며 “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800억원”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구 대표의 사재 출연 규모나 방식 등도 심문 대상이 될 전망이다.
법원은 회생절차 신청일로부터 한달 안에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회생절차 개시 신청이 성실하지 않을 경우, 회생절차가 채권자 일반의 이익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 신청을 기각한다. 이 경우 두 회사는 파산할 수밖에 없다.
변수는 회사와 채권자가 해결책을 모색하게 되는 ARS 프로그램 승인 여부다. 법원 안팎에서는 두 회사가 신청한 ARS 프로그램이 승인되고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여부는 일단 보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ARS 프로그램이 받아들여지면 기업과 채권자가 서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변제방안 등을 법원의 지원 아래 자유롭게 협의할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회생절차 개시 여부 결정 보류는 1개월 단위로 최장 3개월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3개월간 회사와 채권자간 자율적 협의가 이뤄질 수 있다.
ARS 프로그램 승인 시점은 첫 단추인 ‘채권자 협의회’ 구성이 얼마나 걸리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이 사건 채권자는 대부분 상거래 업체들로, 티몬은 4만명 이상, 위메프는 6만명 이상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구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자율 협의절차를 거쳐 원만히 협의가 된다면 자율협약 체결 후 회생절차 개시신청이 취하된다. ARS 프로그램을 거치고도 해결책이 도출되지 않으면 통상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된다.
법원은 이날 심문기일 지정에 앞서 두 회사의 자산과 채권을 동결하는 보전 처분과 포괄적 금지를 명령했다. 보전처분은 회사측이 회사 자산을 처분해 특정 채권자에게 편파적으로 변제하는 것을 막으려는 전체 채권자를 위한 처분이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반대로 채권자들이 기업회생 개시 전에 강제집행·가압류·경매 등으로 회사의 주요 자산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채권을 동결하는 조치다.
회생 절차는 재정 파탄에 직면한 채무자에 대해 채권자, 주주·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해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제도다. 티몬·위메프는 “자금흐름 악화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지난 29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