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관사 내 폭행, 합의해도 처벌 가능
1·2심 모두 유죄 … “군사기지 해당”
영내 군 간부숙소는 ‘군사 기지’여서 폭행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김재호 부장판사)는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군 간부 A씨에게 원심 판결과 같은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피고인의 주장처럼 군사기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22년 4월 전투비행단 내 군 간부 숙소에서 후배 간부 B씨를 무릎 꿇리고 물건을 던지는 등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사건 후인 지난해 8월 B씨와 합의했다. 통상 폭행죄는 재판에 넘겨졌더라도 합의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면 공소기각으로 종결된다.
하지만 1심 군사법원은 사건이 벌어진 간부 숙소는 ‘군사기지’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선고했다.
이에 불복 항소한 A씨는 사건이 발생한 군 관사는 군사기지에 해당하지 않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형법 제260조 3항의 반의사불벌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인 B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으므로 공소기각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항소심도 폭행이 일어난 장소가 군사기지에 해당해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군형법이 군사기지 내 폭행에 대한 형법의 반의사불벌죄를 배제하는 것은 군대 내 폭행 근절을 통해 인권보장 등 건전한 병영문화를 조성해 궁극적으로 군 조직의 기강과 전투력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엄격한 위계질서와 집단생활을 하는 군 조직의 특수성으로 처벌불원 의사를 거부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보면 군사기지는 군사 목적과 구체적 관련이 있는 임무가 ‘직접적’으로 이뤄지는 장소에 한정한다고 좁게 해석할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폭행 사건이 발생한 군 관사는 단순한 사생활 영역이나 복지시설의 차원을 넘어 군사상 필요한 시설”이라며 “초병에 의해 엄격히 출입이 통제되는 점을 보면 군 관사는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