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막말, 사라진 자정능력…심사할 ‘윤리특위’가 없다

2024-07-31 13:00:31 게재

거대양당, 서로 폭언 모욕 망언 등 이유로 징계안 제출

윤리특위, 20대 국회부터 비상설 전환 … 공백상태 자초

“징계안 제출돼도 심사 못해 … 상설화로 국민 신뢰 기대”

국회의원들의 막말 수준이 도를 넘고 있다. ‘선’ 자체가 사라진 분위기다. 하지만 이를 제어할 자정장치인 윤리특위는 구성되지 않은 채 외면받고 있다. 국회의 자정능력의 부재는 국회를 ‘민주주의 전당’으로 부르기 어려운 상황까지 치닫게 만들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29일 오후 서울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진숙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한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31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2대 국회들어 국회에 접수된 징계안은 모두 5건이다. 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 정점식 의원, 한기호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국민의힘의 주진우 의원과 배준영 의원은 각각 민주당 김병주, 정청래 의원을 징계해달라고 요구했다.

박 의원은 주 의원이 해병대원인 채 상병의 죽음을 ‘군 장비 파손’과 ‘군 설비 파손’에 비유한 점을 들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인명 경시와 채상병의 순직을 모욕하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정 의원에 대해서는 “‘인권침해’, ‘모욕’, ‘횡포’ 등의 민감한 단어를 사용해 청문회를 진행한 법제사법위원장과 입법청문회를 비하한 것”을 문제삼았다. “고채해병 순직 책임자와 수사외압 책임자를 보호하기 위해 집권여당이 전방위적으로 한 의원을 의도적으로 망신 주고, 모욕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 의원에 대해서는 “입법청문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떨어뜨리고, 본질을 흐트러뜨리기 위해 모욕적이고 자극적인 언사로 대한민국 국회의 명예와 품격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했다.

주 의원은 김 의원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정신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갔다’, ‘정신 나갔죠’ 등 폭언과 모욕을 수차례 했다”는 점을 징계사유로 제시했고 배 의원은 정 의원에 대해 “입법청문회에서 증인인 이시원, 임성근, 이종섭에게 위원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회법에 규정되지 않은 증인 퇴장 조치, 모독, 모욕, 겁박의 언행을 반복했다”며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의힘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후보자 청문회 과정에서의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발언을 문제삼아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9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후보자에게 협박성 발언을 했고 위원장 권한을 남용해 사과를 강요했다”며 “후보자의 뇌 구조가 이상하다는 막말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심사할 수 있는 윤리특위는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여야는 원구성 협상을 하면서 윤리특위는 아예 협상테이블에 올리지도 없었다. 윤리특위는 1991년 국회법이 개정되면서 상설기구로 신설된 후 2018년 20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과정에서 비상설 특위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2019년 6월말에 활동기간이 종료된 윤리특위는 20대 국회가 끝나는 2020년 5월말까지 거의 1년 동안 ‘윤리특위 없는’ 공백기에 들어갔다. 당시 윤리특위에 계류중이었던 38건안은 국회의장에게 돌아갔고 모두 44건의 징계안은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은채 임기말 폐기됐다.

21대 국회들어서도 전반기에 윤리특위가 구성됐지만 2022년 6월말 활동시한 종료 이후 11월까지 국회 윤리심사기능이 중단됐다. 이후 재구성되기는 했지만 지난해 7월 27일 이후 단 한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뿐만 아니라 민주당 김승원, 김남국 의원도 21대 국회에서 윤리특위 상설화를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 의원은 “윤리특위의 비상설 전환 이후 징계안이 제출되어도 심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의원 자격 심사 및 징계 심사를 위해 국회 윤리특위의 상설화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국회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했다.

국회 운영위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현행과 같이 윤리특별위원회가 비상설로 운영되면서 적기에 그 활동기간이 연장되지 못하는 경우 윤리특별위원회 공백사태가 재발될 우려가 있다”며 “국회 윤리심사 기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개정안과 같이 윤리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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