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보·수사·의료 …‘국민 안전’ 곳곳에 구멍
3년전 머지사태 이후에도 시스템 정비 안 돼
의정 갈등·오물풍선 낙하로 국민 불안감 가중
윤석열정부 3년차에 접어들면서 곳곳에서 국민안전을 다루는 국정분야에 구멍이 드러나 주목된다. 안보, 수사, 금융, 의료 등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허점들이 잇달아 노출되고 있다. 국회 상임위 업무현황 보고는 청문회를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한 추궁과 강도 높은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성토장으로 변했다.
31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윤석열정부의 각종 리스크가 확산되면서 공무원 기강해이 등이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다”면서 “곳곳에서 나오는 대형 사건들은 윤 대통령의 국정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전날 정무위에서는 소비자 피해가 1조3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위메프와 티몬 미정산 사태와 관련한 공정위, 금융위의 관리부실 문제가 집중 지적됐다. 모회사인 큐텐에서 위시 인수자금으로 소비자가 결제한 대금을 불법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드러나면서 부실 기업에 대한 공정위의 인수합병 승인과 자본잠식상태의 온라인플랫폼에 대한 금융당국의 부실 감독이 도마 위에 올랐다. 3년전 머지포인트사태 이후 새로운 금융시스템에 대한 감독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같은 날 비공개 국회 정보위에서는 우리 군 정보요원의 신상정보 등 군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가 쟁점이었다. 정보사 소속의 한 군무원은 신분을 위장한 ‘블랙 요원’ 정보 등 최대 수천 건의 정보를 중국인에게 유출한 혐의로 군 수사를 받고 있다.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는 이와 관련해 “사건인지 시점은 지난 6월께이며 인지 이후 해외 파견 인원 즉각 복귀, 요원 출장 금지, 시스템 정밀 점검 등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북한에서 보낸 ‘오물(쓰레기) 풍선’의 수도권 유효 낙하율이 96%에 달하는 등 정교한 침투 가능성에 따른 안보 불안과 겹쳐 논란이 커지고 있다.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이 정부의 묵인 하에 살포되자 북한이 반발해 오물 풍선을 날려 보냈고 이는 국회와 대통령실 경내, 광화문 광장에 정확하게 떨어졌다. 기폭제가 터져 불이 붙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운영이 12차례 265시간이나 중단되기도 했다. 국민들의 생활에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회 행안위 조기호 경찰청장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는 내부고발 형태로 마약 수사 과정에 상부의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관직원이 말레이시아 조직원의 마약 반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영등포 형사과장이 서울경찰청 간부로부터 “용산이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등 외압을 받았다는 내용이 폭로됐다. 야권에선 대통령실이 관여한 ‘제 2의 채 해병 사건’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 안전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경찰의 수사가 독립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의정갈등이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벌써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필수의료 비상사태가 예고됐다. 국민들의 의료불안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해법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학생들을 유급이나 휴학처리를 하더라도 내년에는 두 배가 된 1학년 의대생을 가르쳐야 하는 부담이 대학에 떠넘겨질 공산이 크다. 대학과 병원은 경영난에 빠졌고 의대생들은 돌아오기 더 어려운 길로 들어서고 있다. 의학교육평가원의 평가 결과에 따라 의대증원 자체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