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자유 구현 위해 법·제도적 장치 필요”

2024-08-01 13:00:03 게재

한국도서관협회 ‘지적자유 가이드라인’ 펴내 … 현장 도서관들의 대응 지침 마련

2023년 도서관들은 특정 단체에 의한 도서관 소장 자료의 열람 제한 등 검열로 인해 지적자유가 침해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도서관협회는 2023년 10월 이와 관련한 실태조사를 진행한 데 이어 현장 도서관들이 일관성 있게 지적자유 침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서관 지적자유 가이드라인’을 펴냈다. 민원인의 의견을 존중하되 장서개발정책에 근거해 자료를 수집했음을 밝히고 민원에 대해 내부 규정에 따라 위원회를 통해 재심의 절차를 진행한다.

한국도서관협회는 도서관의 지적자유 보장을 위한 지침서 ‘도서관 지적자유 가이드라인’(가이드라인)을 1일 펴냈다. 가이드라인은 국내 도서관계에서 처음으로 발간되는 도서관 지적자유 보장을 위한 지침서로 한국도서관협회 산하 지적자유위원회가 집필했다.

지난해 8월 도서관에 대한 지적자유 침해에 반대하는 독자들의 ‘행동독서회’가 열렸다. 사진 이의종

가이드라인은 현장 도서관들이 특정 도서에 대한 열람 제한 압력 등 일련의 도서 검열에 대응하는 데 참고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한국도서관협회 지적자유위원회는 서문에서 “최근 국내 도서관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도서 검열에 대한 이슈는 도서관 현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면서 “한국도서관협회 지적자유위원회는 2023년 10월 도서관의 지적자유 침해 실태조사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 지적자유 침해 상황이 복잡하고 다양한 가운데 도서관 현장에서 상황별로 적용할 수 있는 대응 매뉴얼의 작성이 시급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공적 시설 도서관에 대한 심각한 도전” = 가이드라인은 △배경과 필요성 △도서관 지적자유와 검열 △지적자유 침해에 대한 대응방안 △향후 과제로 구성됐다.

배경과 필요성에서 “외압은 도서관법의 목적과 기본이념에 따라 국민의 지적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기 위한 공적 시설로 존재하는 도서관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며 다른 이용자의 지적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면서 “특히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을 대상으로 발생한 도서 검열로 인해 사서는 전문가적 자존감 상실과 사기 저하, 법적 소송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한국도서관협회는 가이드라인을 제작, 배포하며 이를 통해 헌법에 근거한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도서관 지적자유 수호를 위한 도서관 현장의 일관성 있는 대응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가이드라인은 개별 도서관의 지적자유 침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지적자유와 관련된 내용을 도서관 정책에 반영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도서관인은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서 자신의 편견을 배제하고 정보 접근을 저해하는 일체의 검열에 반대한다’는 ‘도서관인 윤리선언’(한국도서관협회) 등을 참고할 수 있다.

또한 도서관 자료선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고 장서개발정책을 갱신, 유지하며 검열 등 지적자유 침해에 대한 대응 절차를 명문화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이용자와 사서, 도서관 직원, 상위기관 등 이해관계자가 도서관 지적자유 침해의 부당함을 인지하고 도서관 밖의 어느 누구도 도서관 자료의 선정과 수집, 서비스에 압력을 행사할 수 없음을 공론화하도록 했다.

◆해당 민원에 대한 내부 위원회 재심의 = 보다 구체적으로 도서관 자료에 대한 검열성 민원이 발생할 경우 도서관은 민원인의 도서관 자료에 대한 의견은 존중하되 장서개발정책에 근거해 자료를 수집했음을 민원인에게 고지한다.

도서관 자료와 서비스에 지적자유 침해가 행해질 경우 내부 규정에 근거해 서면 접수 및 재심의 절차를 진행한다. 도서관운영위원회 혹은 자료선정위원회가 해당 민원에 대한 재심의 절차를 진행한 이후 결과를 민원인에게 서면으로 통지한다. 다만 재심의 과정이 종결될 때까지 해당 자료 및 서비스는 기존 상태가 유지돼야 한다.

또한 민원인으로부터 악성 및 부당한 요구가 접수되는 경우 기관장은 관련법에 근거해 사서와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나아가 개별 도서관의 지적자유 침해는 도서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므로 한국도서관협회 ‘지적자유창구’에 사안 및 대응 결과를 공유하도록 한다.

이어 가이드라인은 지적자유 구현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일체의 검열에 반대한다는 지적자유 관련 선언문이나 도서관인 윤리선언 등은 사실상 법적 구속력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서관법의 개정을 통해 지적자유 보장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에는 가칭 ‘도서관 지적자유 보장에 관한 지침’을 제정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보다 근본적으로 도서관 구성원 간, 도서관 구성원과 이용자 간, 지역주민 간, 도서관 이해관계자 간 등 다양한 계층의 구성원과 지적자유 및 독서의 자유, 검열, 금지도서 등에 관해 자유롭게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지적자유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 것을 권고했다.

◆검열, 자료 서비스 위축으로 이어져 = 한편 6월 발표된 논문 ‘도서관 지적자유 침해 양상과 대처방안’은 2023년 10월 도서관의 지적자유 침해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해 제시했다. 실태조사는 한국도서관협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최근 3년 간의 사례에 대해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적자유 침해 횟수는 1~4회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100회 이상인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열의 목적은 △선정성 △성소수자 이슈 △양성평등 이슈 △정치사상적 편향 △폭력성 △역사적 편향 △과학적 오류 등으로 확인됐다.

지적자유를 침해하는 방법은 △공문 및 성명서 △국민신문고 △홈페이지 건의 △전화민원 △상위기관 요구 및 지시 △방문 및 면담 등으로 나타났다. 요구사항은 △자료 폐기 △열람 제한 △자료검색 배제 처리 △소장처 이관 △자료선정위원회 등 재심의 요구 △담당 및 관리자 책임 및 징계 요구 등으로 드러났다.

지적자유 침해에 따른 도서관 현장의 애로사항은 △자료선정권 침해 및 자기검열에 대한 압박 △자료 대출 및 열람 서비스 위축 △도서관 일상 업무 방해 △전문가적 자존감 상실 △직원의 사기저하 △법적 소송에 대한 불안감 △도서관 인지도(위상) 약화 △도서관의 범죄 집단화 등으로 나타났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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