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메신저’ 보이스피싱 피해 증가
“비대면에 죄의식 약화” 지적
합수단 수사 2년, 201명 구속
감소하던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상반기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당국은 범죄가 비대면·조직화하고 있어 전국민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홍완희 부장검사)은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2021년 7744억원에서 2022년 5438억원, 2023년 4472억원으로 감소하다가 올해 상반기(1~6월)는 3242억원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합수단은 피해증가 이유로 △범행 단계별 범죄 조직의 분업화·전문화 △중소규모 조직의 난립과 가담층 다변화 △IT 환경에 따른 범행수법 고도화를 꼽았다. 또 보이스피싱 콜센터 대부분이 외국에 있는 데다 1대 1 전화방식에서 스미싱 문자 발송, 악성앱 유포, 위조 사이트 등을 이용한 24시간 범죄로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홍완희 합수단장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미끼를 뿌리고 그중에서 넘어간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비대면 범죄가 확산해 피해금액이 늘어나고 있다”며 “해외에서 이뤄지는 범행 특성상 검거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인식 탓에 20대 사회 초년생까지 콜센터에 가담하는 양상”이라고 우려했다.
합수단 박종호 검사는 “전화하지 않고 메신저 풀을 사용해 피해자들을 밤새워 유인하는 방식이 많아졌다”며 “문자 대량 발송도 업자를 통해 임의로 조합한 전화번호에 무작위로 보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근정 부부장검사도 “해외 조직은 골든 트라이앵글(라오스 미얀마 태국 국경) 지역으로 콜센터를 이전했다”며 “해당 국가의 치안력이 미치지 않는 만큼 공조를 통한 체포와 구속까지 가는데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오영훈 합수단 경찰대장(경정)은 “기관사칭형 피싱에 변호사까지 당한 경우가 있다”며 “경찰청이 운영하는 보이스피싱 예방앱 ‘시티즌 코난’ 등을 활용하면 악성앱이 깔릴 때마다 홍보문자가 전송돼 30~40%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 2022년 7월 출범한 합수단은 검찰 경찰 국세청 관세청 방송통신위원회 금융감독원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등 유관기관 50여명으로 구성됐다. 합수단은 지금까지 628명을 입건하고 이중 국내외 총책 18명을 포함해 201명을 구속했다. 또 범죄수익금 94억원을 발견해 이중 28억원을 몰수·추징보전했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