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속도전에…민주당 “독재의 길 선택”

2024-08-01 13:00:05 게재

이진숙 방통위원장, 임명 10시간 만에 이사진 교체

탄핵 표결 전에 인사 강행, ‘청문회·탄핵소추’ 무력화

박찬대 “불법적인 방송작악 시도, 결코 좌시 못해”

방송통신위원회가 7월 31일 오후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이사진 선임안을 의결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방통위 상임위원이 임명된 지 약 10시간 만에 이뤄진 일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24일부터 초유의 ‘3일 청문회’를 통해 이 위원장 임명을 반대했으나 윤 대통령의 속도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민주당 정책조정회의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왼쪽 세번째)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잭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박찬대 민주당 대표 권한대행은 1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불법적인 2인구성의 방통위에서 이사 선임을 강행했다”면서 “불법적인 방송장악 시도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로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해 1일 오후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공영방송 경영진 등에 대한 인사권을 쥔 방통위를 놓고 여야의 임명→탄핵의 대치가 되풀이될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이 “윤 대통령은 끝내 독재의 길을 택했다”며 날을 세우고 있어 극심한 정쟁의 불씨로 작동할 공산이 크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KBS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추천·선임안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이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상임위원을 임명한 지 약 10시간 만인다.

방통위는 KBS 이사로 권순범 현 이사, 류현순 전 한국정책방송원장, 서기석 현 이사장, 이건 여성신문사 부사장, 이인철 변호사, 허엽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 황성욱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 등 7명이 이름을 올렸다. KBS 이사는 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MBC 사장 등 경영진 인사권을 갖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명단에는 김동률 서강대 교수,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회 위원, 윤길용 방심위 방송자문 특별위원, 이우용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임무영 변호사, 허익범 변호사 등 6명이 포함됐다. 방문진 감사로는 성보영 쿠무다SV 대표이사가 임명됐다. 모두 여권 추천 인사들이다. 방문진 이사는 방통위가 바로 임명한다. 방통위의 이같은 결정은 MBC 경영진 교체 작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이진숙 위원장을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할 때부터 탄핵을 예고했고, 여권은 야당의 탄핵안 표결에 앞서 MBC 경영진 인사권을 쥔 방문진 이사진 가운데 6명을 여권 추천 인사로 바꿨다. 방통위원장에 대한 야당의 탄핵안 발의와 표결, MBC 기존 경영진의 반발과 사법 대응 등이 예상되지만 방문진 이사 선임 자체를 무위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새 방문진 이사의 임기는 8월 13일부터다.

민주당은 이진숙 위원장이 주도한 이번 결정이 위법하다며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기로 했다. 1일 본회의에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보고하고, 2일 또는 3일 본회의를 다시 열어 탄핵소추안을 통과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앞선 회의에서 방통위는 지원자들에 대한 서류심사 후 대면 면접 여부를 먼저 의결한 후 2차 의결을 통해 최종적으로 의결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절차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수많은 후보에 대한 확인 과정이 4~5시간 만에 이뤄지는 것은 어이없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 이어 “방통위가 거수기로 전락한 모습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절차도 무시한 방통위원장은 반드시 탄핵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 야5당이 함께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등 야 6당은 1일 오후 국회에서 이진숙 탄핵안 제출 공동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탄핵안은 보고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하는데, 1일 본회의에 상정된 쟁점법안들에 대해 여당이 3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 이 기간 탄핵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또 이 위원장 탄핵소추와 별개로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이 위원장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기관에 고발한 상태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1일 “공직 부적격자로 수사받아야 할 이진숙을 임명 강행하며 (윤 대통령이) 끝내 독재의 길을 택했다”면서 “몰락의 길을 가게될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2일로 예정된 방통위 현안질의에도 이 위원장을 증인으로 불러 청문회 위증 여부를 추궁할 방침이다.

반면 여당은 민주당 주도의 잇단 탄핵 소추를 거대야당의 횡포로 규정하고 방송4법 강행처리와 맞물려 야권발 방송장악 시도라고 공세를 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31일 “거대 야당이 일방 통과시킨 방송장악 4법은 문재인정권이 민주노총 언론노조와 한편이 되어 장악했던 공영방송을 영구적으로 민주당 손아귀에 쥐겠다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밝혔다.

탄핵표결이 이뤄질 경우 이진숙 위원장은 전임자인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 때처럼 탄핵안 표결 전 자진해서 사퇴하지 않고, 야당의 탄핵안 단독 처리로 직무가 정지되더라도 직무 정지 상태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다릴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최소 넉 달 이상 걸릴 것으로 보여 방통위 장기 업무 마비는 불가피하다. 이명환 김형선 고성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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