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빚더미인데 파키스탄 은행들 콧노래?
이자수익 급등해 파티타임
IMF 구제금융 받는 정부와 대조
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파키스탄 정부와 달리 파키스탄 은행들은 최근 몇 달 동안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 동안의 높은 금리가 정부 부채로부터의 고수익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7월 3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S&P Global의 최신 자료를 근거로 이같이 보도했다. S&P Global에 따르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2분기 총 수익률이 가장 높은 15개 은행 중 7개가 파키스탄 은행이다.
파키스탄 중앙은행(SBP)에 따르면 2023년 전체 은행 부문의 세후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거의 두 배인 6422억 루피(23억 달러)에 달했다. SBP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금리를 약 20%까지 올렸으며, 2023년 6월에 38%까지 치솟았다. 역설적이게도 이 기간이 은행들에게는 “파티 타임”이었다.
톱라인 증권의 CEO 모하메드 소하일은 “은행가와 그들의 주주들은 최근 경제 위기와 금리 사이클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었다”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GDP 대비 74% 이상의 총부채 비율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계속해서 부채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부채는 카라치의 월스트리트라 불리는 II Chundrigar Road에 위치한 상업 은행들이 소유하고 있다. 지난 3월 현재 국내 부채는 43조 루피 이상으로 GDP의 거의 절반에 달하며 10년 전의 11조 루피에서 크게 증가했다.
예산 지원을 위한 정부 차입금 역시 6월 말에 29조 루피에 도달했으며, 이는 3년 전에 빌린 15조 루피에서 거의 두 배가 된 수치다. 중앙은행은 정부의 부채 부담을 충당할 충분한 유동성을 보장하기 위해 은행들에 자금을 투입했다. 특히 파키스탄의 정부 채권은 최근 경기 침체 동안 은행들에게는 유동성과 무위험 순이자 수익의 경로로 남아 있었다.
Fitch Ratings에서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은행의 정부 채권 노출은 총자산의 54% 이상으로 증가했으며, 이는 신흥 시장 경제의 평균보다 세 배나 높은 수치다.
파키스탄 국립은행 CEO인 레흐마트 하스니는 “더 높은 수익을 얻을 기회가 있을 때 그들은 이를 활용했다”면서 “이것은 기본적인 경제학이다”라고 말했다.
경제 전체가 침체 상태에 있는 가운데도 금융 부문은 파키스탄에서 역사적인 주식 시장 붐을 일으켰다. SBP 데이터에 따르면 은행 부문 전체 자산의 약 56%를 차지하는 투자는 2023년에 7조 루피 증가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40% 이상의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98%는 정부 채권 구매에서 비롯됐다. 또 2021년까지 10년 동안 은행 부문은 연평균 9%의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이것이 지난 2년 동안 45%로 급등했다.
하지만 채무 불이행 위험과 그에 따른 부채 구조조정도 동시에 다가오고 있다.
파키스탄은 1958년 첫 대출 이후 IMF에 거의 20번이나 빚을 지고 있다. 2023년 6월에는 채무 불이행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이번 달에 또 다른 3년간 70억 달러 규모의 IMF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