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기차화재 8시간 20분만에 꺼졌다

2024-08-02 13:00:02 게재

특수 진화장비 무용지물

주민 200여명 긴급 대피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1일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주민 20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피해를 입었다. 이 가운데는 10살 이하 어린이가 7명이나 포함돼 있었다. 1살과 4살 아이도 있었다. 연기가 지상 아파트 건물까지 번지면서 주민 200여명이 긴급 대피해야 했다. 103명은 자력으로 대피했지만 106명은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구조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지하주차장에 있던 차량 70여대가 피해를 입는 등 재산피해가 컸다. 폭염 속 진화를 벌이던 소방관 1명이 온열질환으로 이송되는 일도 발생했다.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소방관들 1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기차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인천 연합뉴스

이날 화재는 오전 6시 15분쯤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소방이 즉시 출동했지만 완전 진화까지는 무려 8시간 20분이 걸렸다. 초기 불길을 잡는 데만 5시간이 넘게 걸렸다.

당시 소방은 전기차 화재를 의심하고 이동식수조와 상방향관창 등 관련 진압장비를 현장에 투입했지만 지하주차장 농연이 심하고 차량진입이 불가능해 사용하지 못했다. 자동차 1대에서 발생한 불이 주변 차량 70여대를 훼손하고 8시간 이상 타는 동안 출동한 소방이 할 수 있는 일은 물을 방수하는 것 뿐이었다.

지하공간 전기차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은 현재 스프링클러 설치와 작동 여부를 조사 중이다. 지하공간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변 확산을 막는 것이 중요한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스프링클러 작동이다.

국내 전기차는 누적 60만대를 넘어섰다. 2017년 첫 통계 후 7년만에 급속하게 늘었다. 전기차가 늘어나는 만큼 전기차 화재 역시 늘고 있다. 2018년 3건, 2019년 7건 발생했는데 2022년에는 43건, 2023년에는 72건이 발생하는 등 해마다 2배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수준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하공간 전기차 화재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해졌다. 지하공간 전기차 화재는 정부가 특별대책을 마련 중인 ‘잠재적 재난 위험요인’ 중 하나다. 정부는 경기 화성 아리셀 리튬전지공장 화재참사를 계기로 지난달 12일 ‘대규모 재난 위험요소 개선 TF’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대상 분야는 전지화재, 산단 지하매설물, 원전·댐·통신망, 전기차 충전소 안전관리 등이다. 이일령 행안부 재난안전전략지원단장은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서는 현재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현장점검을 진행 중이며, 이달 중 문제점과 개선사항을 정리해 발표할 계획”이라며 “이후 관련 제도를 신속히 현장에 적용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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