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구조조정이냐, 매각·합병이냐
‘티몬·위메프’ 기업회생신청 2일 법원 심문
‘1조원대 사기·횡령’ 혐의 검찰 수사 속도
법원이 2일 대규모 정산지연 사태를 일으킨 전자상거래 업체 티몬과 위메프의 회생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문절차를 진행한다. 티몬과 위메프가 신청한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이 받아들여질 가능성, 인수·합병(M&A)을 통한 회생 결정 가능성 등이 제기되는 가운데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서울회생법원 회생합의2부(안병욱 법원장)는 이날 오후 류광진 티몬 대표이사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에 대한 심문기일을 열고 두 회사의 채무자 개요, 관계회사 현황, 재산 및 부채 현황, 자금조달계획 등을 심문한다.
지난달 29일 두 회사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지 나흘만이다. 법원은 신청 한 달 내에 회생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10만명 달하는 채권자 변수 = 법원이 회생 개시 결정을 내리면 법원이 선임한 관리인이 경영을 맡고 조사위원들은 기업의 청산가치와 존속가치 등을 산정한다. 이를 통해 회생계획안이 만들어지고 채권자들의 인가를 받으면 본격적인 회생 절차에 돌입한다. 법원이 회생심사를 기각하거나 회생계획안이 인가되지 않을 경우 회사는 파산한다.
앞서 두 회사는 회생절차 개시와 함께 ARS 프로그램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ARS는 구매자 및 판매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인을 구성원으로 채권자협의회를 구성해 변제 방안 등을 자유롭게 협의하는 절차다. 법원이 ARS프로그램을 받아들이면 회생절차 개시 여부에 대한 결정은 최장 3개월 동안 보류된다.
법원의 ARS 프로그램 수용 여부를 놓고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수용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쪽은 채권자가 10만명에 이르는 등 피해가 크다는 점을 든다. 회생 절차에 돌입하면 10만명의 채권자들은 미정산 대금을 온전히 회수하기 어렵고, 회생 절차 동안에는 대금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효종 변호사(법무법인 린 티메프 셀러 채권자 피해 법률대응 센터장)는 “법원은 ARS 프로그램을 적용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이커머스 업체는 장기간의 회생절차 진행을 버티기 어려워 최장 3개월이라는 단기간에 외부자금 유치를 성공시키고 이해관계자간 권리의무 관계를 협의 조정해 조기에 회생신청 사태를 마무리 짓는 방안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실제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의 운영사인 메쉬코리아는 ARS를 신청하고 신규 인수자의 자금을 투입해 회생절차에서 졸업한 바 있다.
반대로 채권자가 너무 많아 구성과 협의에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에 법원이 ARS 프로그램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법원이 ‘회생계획 인가 전 M&A(인수합병)’를 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회생계획이 결정되기 전에 법원 주관 하에 M&A를 추진하는 것이다.
김광중 하우림법률사무소 국장은 “회생 절차가 인가나면 영업을 통해 매출을 일으켜야 하는데 신뢰가 떨어진 티몬과 위메프를 이용할 소비자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파산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기 않기에 법원은 회생 인가 전 M&A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29일 티몬·위메프의 모회사 큐텐의 구영배 대표가 입장문을 내고 “제가 가진 재산의 대부분인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사태 수습에 사용하겠다”고 밝히자 업계에선 중국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 테무의 위메프 인수설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알리측은 “관련 기업과 접촉한 사실도 없다”며 부인했다.
◆압수물 분석·계좌추적 병행 = 한편 1일 구 대표 자택과 티몬 본사, 위메프 사옥 등 10곳을 동시다발로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로 전환한 검찰은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반부패수사1부장)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회계자료와 결재문서 등 압수물에 대한 분석작업에 착수했다. 또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받아 큐텐그룹과 각 회사 등의 자금흐름 추적도 병행하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1조원대 사기와 400억원대 횡령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위메프 경영진이 판매대금을 제때 지급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입점업체들과 계약을 유지하면서 물품을 판매한 것은 사기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또 판매대금 정산 기한을 정하고 판매수익을 이전 판매대금으로 사용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수법 자체가 사기에 해당한다고 본다. 검찰 관계자는 “플랫폼은 수수료만 챙기고 물품 판매 정산금은 판매사에 줘야하는데 그 돈을 쓰면 안된다”며 “폰지사기, 머지포인트 사태 등 돌려막기는 사기라는 게 판례”라고 말했다.
검찰은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 자금 400억원을 글로벌 인터넷 쇼핑몰 ‘위시’를 인수하는 데 사용한 행위를 횡령 혐의로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구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판매대금 일부를 ‘위시’ 인수 자금으로 썼지만 한 달 내에 상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 등에 대한 신병확보 가능성도 점쳐진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전담수사팀에서 신속하게 수사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원호 구본홍 기자 os@naeil.com